[땅집고] 경북 칠곡군과 구미시 경계에 위치한 ‘오태지구 현진에버빌’ 아파트는 ‘구미에서 칠곡까지 순간 이동이 가능한 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아파트 단지의 위치가 구미시 오태동과 칠곡군 북삼읍에 절반씩 걸쳐 있기 때문이다. 지도상으로 단지 중앙을 기준으로 서쪽은 칠곡, 동쪽은 구미에 속한다. 아파트 101·104동 1호 라인은 구미시, 102동과 103동, 104동 2·3·4,호 라인은 칠곡군에 포함된다. 한 아파트 이웃주민이 서로 다른 행정구역에 살고 있다.
이렇게 단지 내에서 행정구역이 나눠져 있을 경우, 교육·행정시설 등 주변 인프라 등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크다. 예컨대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칠곡군인 102동에 거주한다면 단지에서 150m 거리에 떨어진 오태초등학교로 자녀를 진학시키지 못하고 약 1km 떨어진 북삼초등학교로 보내야 한다. 여권·주민등록등본 등 공문서를 직접 발급받을 때도 상대적으로 가까운 구미시청보다 5km가 더 먼 칠곡군청을 이용해야 한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려면 두 지자체가 합의해 행정업무 담당을 정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다. 주민들은 과거 재산세와 주민세 등 각종 세금을 구미시와 칠곡군에 두 번 납부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는데, 지금은 칠곡군에서 세금 징수를 담당한다. 두 지자체간 사용하는 쓰레기봉투가 달라서 주민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현재는 칠곡군청이 두 시와 군의 쓰레기봉투를 구분 없이 사용해도 해당 아파트 내에서만은 문제가 없도록 처리하고 있다.
■ 한 단지 두 주소 아파트 수두룩… 지자체 합의 끌어내기 쉽지 않아
서울·수도권에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의정부시와 서울시의 경계에 위치한 ‘수락리버시티’다. 의정부시와 서울시의 경계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3·4단지가 서울시 속해있지만, 1·2단지는 아파트 착공 시 서울시에 편입되지 못해 ‘서울 속 의정부’라는 별명이 붙었다.
1·2단지 입주민들은 “서쪽으로 1·7호선 환승역인 도봉산역이 있고, 도봉구 도봉동, 노원구 상계동과 인접해 생활권은 서울이나 다름없다”며 “하지만 이와 다른 학교 배정, 치안 관할 지역 등 여러 방면에서 불편함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의정부 방향으로는 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의정부시에서도 외딴 지역으로 꼽히기 때문.
더구나 부동산 실거래가 등에서도 서울시 주소지를 쓰는 3·4단지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용 84㎡ 기준 1·2단지는 6억 후반~7억원인데 반해 3·4단지는 7억 초중반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렇듯 같은 단지 내에서 행정구역이 갈릴 경우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서 부동산 가격의 차이 등 경제적 가치 문제가 동반되며 주민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노원구와 의정부시간의 행정구역 경계조정안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에서 ▲중구·성동구 간 한진그랑빌아파트 ▲관악구·동작구 간 현대아파트 ▲동대문구·성북구간 샹그레빌 아파트 ▲서대문·은평구 간 경남아파트 등 4개 아파트 단지도 지역간 경계에 놓여 있어 아파트 내 일부 동·상가의 주소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내 신규 택지가 부족한 상황이 심화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 걸쳐 두개 이상의 지자체가 시가 공동으로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성남·하남 세개의 행정구역에 걸쳐 조성한 위례신도시가 대표적이다. 위례신도시에서도 행정구역이 서울이냐 경기도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제법 크게 난다.
이렇게 애매한 행정구역으로 인해 빚어지는 부작용이 있지만, 행정구역 조정은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경우가 많아 조정이 쉽지 않다. 칠곡군과 구미시의 경우 주거지역으로 사용되기 전부터 그어져 있던 경계에 아파트 여러 개와 공단 등이 들어서며 인구 수와 세수(稅收) 확보 등의 문제로 지자체간 간의 합의를 이뤄내기 어려웠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위원은 "같은 아파트나 지역이라도 관할 행정구역이 엇갈리면 당장 학군이 달라지기 때문에 불편함은 주민들의 몫이 되며, 거주 수요와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수밖에 없다”며 "기초 지자체에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경계 조정을 중재할 필요가 있고, 아파트 단지를 지을 때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칙을 세워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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