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도시형 생활주택(일명 도생)과 주거용 오피스텔 규제를 풀어 공급을 촉진하기로 한 가운데, 최근 분양한 도시형생활주택 분양가가 강남 최고가 아파트마저 뛰어넘는 초고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생이나 오피스텔이 주택처럼 쓰이면서도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를 받지 않아 ‘호화 주택’을 내세우며 분양가를 높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도생과 오피스텔 허용 면적을 넓힐 경우 서민 주거안정보다 이처럼 초호화 고가 주택을 양산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2016년 이후 분양한 1809개 주택의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분양가 상위 10곳 중 8곳이 도시형 생활주택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3.3㎡(1평)당 분양가가 가장 비싼 주택은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도시형생활주택 ‘더샵 반포 리버파크’였다. 평당 분양가가 7990만원이었다. 올해 분양한 인근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 평당 분양가(5280만원)보다 2500만원 이상 비쌌다. 강남구 논현동 ‘루시아 도산 208’(7900만원), 강남구 도곡동 ‘오데뜨오드 도곡’(7299만원) 등도 ‘래미안 원베일리’보다 분양가가 2000만원 이상 비쌌다.
지난해 분양한 서울 종로구 ‘세운푸르지오 헤리시티’의 경우 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이 섞여있는 단지인데, 도시형생활주택 전용 24㎡ 최저 분양가가 4억1770만원으로 같은 면적 아파트(2억7560만원)의 2배 수준이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도입된 주거시설로 방 개수는 2개 이내, 단지 규모는 300가구 이하로 제한된 소규모 공동주택이다. 당시 정부가 도심 내 소형 주택 공급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놀이터, 관리사무소 등 부대시설 설치 의무를 없애고, 소음방지대책 수립, 건축물간 이격거리 기준, 가구 당 주차장 의무 면적(1대 이하) 등도 면제하거나 완화했다.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은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를 받지 않아 분양가 책정도 자유롭다. 현행 법은 공공택지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민간택지에서 분양하는 공동주택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은 예외다.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는 최근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을 ‘고소득층을 위한 호화 아파트’로 지어 분양하며 터무니없는 고분양가를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5년간 분양가 상위 10개 단지 중 8개가 강남권에 지은 도생이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논현동에서 평당 7900만원에 분양한 ‘루시아 도산’의 경우 이탈리아 명품 주방가구 브랜드 ‘아크리니아’의 부엌과 독일산 명품 ‘가게나우’ 빌트인 가전을 시공했다.
국토교통부가 15일 발표한 규제 완화책은 아파트보다 건설 속도가 빠른 도시형생활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의 허용 면적을 넓혀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전용 50㎡ 이하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을 전용 60㎡이하 소형 도시형생활주택으로 개편해 허용 면적을 넓히고, 방 개수도 현재 2개 이내에서 4개(방 3개와 거실 1개)까지로 완화하기로 했다. 오피스텔은 현재 전용 85㎡ 이하에만 가능한 바닥난방을 전용 85㎡ 초과에도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도생과 오피스텔 허용 면적을 넓힐 경우, 건설사들이 고소득층을 위한 초고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기가 더욱 쉬워진다. 심형석 미국 IAU 교수는 “그동안 초고가로 분양하는 도시형생활주택은 진짜 고소득층이 살기에는 너무 좁은 것이 문제였는데, 면적이 넓어지면 건설사는 지금보다 더 고급 주거상품임을 내세우기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병훈 의원은 “국민들이 원하는 집은 양질의 아파트인데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아파트 수요가 줄어들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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