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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에 눈먼 정부…초고가 오피스텔·도생 양산하나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1.09.16 04:30
[땅집고] 오피스텔이 많이 들어선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조선DB


[땅집고] 정부가 도시형 생활주택(일명 도생)과 주거용 오피스텔 규제를 풀어 공급을 촉진하기로 하면서 벌써부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은 도심권에 빠르게 지을 수 있어 당장 도심 주택 공급 확대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도심 낙후지의 체계적 개발 대신 난개발을 초래하고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 고가 준주택 위주로 공급된다면 서민 주거안정에 별 도움이 안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 아파트보다 건설 빠르지만…난개발·주거환경 악화 우려

국토교통부가 15일 발표한 규제 완화책은 아파트보다 건설 속도가 빠른 도시형생활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의 허용 면적을 넓혀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것. 도시형생활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 300가구 미만 공동주택으로 동간 거리나 주차장 확보 의무가 줄어든다. 정부는 전용 50㎡ 이하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을 전용 60㎡이하 소형 도시형생활주택으로 개편해 허용 면적을 넓히고, 방 개수도 현재 2개 이내에서 4개(방 3개와 거실 1개)까지로 완화하기로 했다. 오피스텔은 현재 전용 85㎡ 이하에만 가능한 바닥난방을 전용 85㎡ 초과에도 허용한다.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은 재개발·재건축보다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난개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1970년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반지하·다가구를 활성화한 이후 지금같은 저층 낙후 주거지가 대거 양산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들어서면 주거 밀도가 너무 높아지고 편의시설이나 녹지가 부족해 주거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대로변은 오피스텔이 밀집해 난개발이 이뤄진 대표적인 곳이다. 토지주들이 당장 짓기 쉽고 빠른 오피스텔을 집중적으로 짓다보니 대로변에 1동짜리 나홀로 오피스텔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전체적인 도시 계획 없이 신축 건물이 마구 들어서면서 주변 낙후된 주택가 재개발은 오히려 불가능해졌다.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대로변. 오피스텔이 많이 들어서면서 주변 낙후지역 재개발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장귀용 기자


주차 역시 골칫거리다. 전문가들은 주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주차장과 소음방지 시설, 동간 거리에 대한 의무가 없다. 인근 지역에 불법주차 등 주거환경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차 문제에 대한 보완책 없이 도시형생활주택이 무작정 늘어난다면 정주 여건 악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 “주거 면적 넓어지면 ‘초고가 오피스텔’ 더 늘어날 것”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은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민 주거 안정과 동떨어진 고가 상품만 대거 공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서울 강남이나 도심에서 호텔식 서비스나 고급 마감재로 치장한 고가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강남구 역삼동에서 분양한 도시형생활주택 ‘원에디션강남’(총 234가구)은 분양가가 3.3㎡(1평)당 7128만원 수준으로 전용 49㎡ 기준 15억~16억원에 달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이번 규제 완화로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주거 면적이 넓어지면 건설사는 지금보다 더 고급 주거상품임을 내세우기가 쉬워질 것”이라며 “오피스텔은 상업지역에 지어져 땅값이 비싼 데다 대출이나 청약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투기적 가수요가 형성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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