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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에 웬 녹차밭?"…도심 한복판 괴이한 녹색 건물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1.09.16 03:30

[기묘한 건축이야기] 독일 한복판에 자리잡은 ‘녹차밭 건물’

[땅집고] 국제 상업도시인 독일 뒤셀도르프 도심 한복판에 녹색 식물로 뒤덮인 건물 '쾨보겐2'이 눈에 띈다. /amazingarchitecture


[땅집고] 독일 서부의 국제적인 상업도시 뒤셀도르프. 현대식 건축물이 가득한 이 곳 중심부에 녹색 식물로 뒤덮인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8월 완공한 상업시설 겸 오피스 건물 ‘쾨보겐 2’다. 초록색 식물로 이뤄진 층(層)이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이라, 마치 우리나라 계단식 논이나 보성 녹차밭처럼 보인다.

‘쾨보겐2’는 크게 두 가지 건물로 나뉜다. 사다리꼴 형태를 하고 있는 5층 규모 본관과, 1층짜리 삼각형 모양 부속 건물이 마주보고 있는 형태다. 두 건물이 녹색 식물로 둘러쌓여 있으며 모두 한 쪽 입면 경사가 최대 40도에 달한다. 경사진 건물 사이를 가로질러 본관에 들어서는 구조이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마치 ‘도심 속 녹색 계곡’에 들어서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땅집고] '쾨보겐2' 입구에 들어서는 방문객들은 마치 '녹색 계곡'에 들어서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amazingarchitecture


독일의 건축사사무소 인겐호벤(Ingenhoven)이 ‘쾨보겐 2’를 설계했다. 인겐호벤 관계자는 “도심에 녹색 심장을 조성하는 ‘슈퍼 그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쾨보겐 2’를 만들었다. 현재 기준으로 유럽에서 최대규모의 녹색 파사드(facade·건물 입면)를 자랑하는 건축물”이라며 “자연과 건축을 아우를 수 있는 생태학적 관점에 따른 설계를 도입했다”고 했다.

본관은 연면적 2만4000㎡, 높이 27m, 총 5층 규모다. 1~3층은 상업시설, 4~5층은 오피스 용도며 자동차 668대를 수용할 수 있는 지하 주차장도 갖췄다. 부속 건물은 10m 단층이다. 두 건물 모두 대로변과 접해있는 상업시설 전면부를 통유리로 마감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부분이 온통 녹색이다.

[땅집고] 서어나무를 심어둔 블록 3만개로 이뤄진 '쾨보겐2'. /amazingarchitecture


‘쾨보겐 2’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식물은 자작나무과의 활엽수인 서어나무다. 인겐호벤이 베를린대학 식물학 박사들과 함께 연구한 결과, 도심에서 비교적 유지관리가 쉬운 식물이 서어나무라는 것을 발견해 냈다. 서어나무는 강한 풍속이나 추위를 견딜 수 있고 해충에 감염될 가능성도 거의 없으며, 1년에 2~3번 정도 가지치기를 제외하면 손도 덜 가는 품종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잎사귀 색깔이 봄에는 연녹색, 여름에는 짙은 녹색, 가을에는 황금빛 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건물을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에 적합한 것은 덤이다.

서어나무를 심어둔 블록 3만 개가 건물 외벽 및 지붕에 설치됐다. 블록은 강철로 제작한 특수용기로, 나무가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관개 및 배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땅집고] '쾨보겐2'에 식재된 서어나무들은 건물 내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도심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amazingarchitecture


‘쾨보겐2’를 뒤덮은 식물들은 단순히 건물 외벽을 녹색으로 꾸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태양 광선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해, 내부 온도 상승을 방지해 냉방비와 난방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낸다. 흡수한 에너지의 40%를 수증기로 바꾸면서 뒤셀도르프 도심 온도를 조절하고, 공기를 정화하기도 한다. 인벤호겐 측은 “‘쾨보겐2’에 설치된 서어나무 울타리는 다 자란 대형 낙엽수 80그루와 맞먹는 효과를 낸다”라며 “그야말로 도심의 ‘에너지 변환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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