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수도권 외곽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임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서울에서는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도 임대료가 비싼 데다, 매물을 찾기도 쉽지 않아 무주택 실수요자가 외곽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자에 주거비를 아끼려는 이른바 ‘몸테크족’까지 수도권 빌라를 찾는 경우가 많아진 것 역시 이유로 꼽힌다.
■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 빌라 월세로 몰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7월 경기 남양주·구리·하남·광주 지역이 속한 ‘동부 1권’ 연립주택 월세 상승률이 1.03%로 나타났다. 뒤이어 경기 과천·안양·성남·군포·의왕이 포함된 경부1권이 0.64%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소위 강남4구가 포함된 동남권 월세는 같은 기간 0.61% 상승했다.
경기 9개 지역 평균 월세 상승률이 강남4구를 추월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지난해만 해도 이 지역 빌라 월세 상승률은 마이너스이거나 올해 보다 훨씬 낮았다. 동부1권의 경우 ▲작년 1년 간 월세 변동률이 -0.24%, ▲2019년 -0.11% ▲2018년 -0.24%로 내내 마이너스였다. 경부1권 역시 작년 0.16%, 2019년 -0.15%로 올해(0.64%)보다 저조한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올 들어 수도권 곳곳에서 빌라 임대료가 급등했다. 경기 의왕시 내손동에 2016년 준공한 다세대주택 전용 64㎡(4층)는 보증금 8000만원, 월세 95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작년 4월 보증금 8000만원, 월세 8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월세가 15만원 상승했다. 경기 구리시 교문동 다세대주택 전용 38㎡(4층)는 작년 3월 보증금 1억2000만원, 월세 25만원에 실거래됐는데, 올해는 같은 층 월세가 40만원으로 올랐다.
동부1권과 경부1권에 속한 9개 지역은 모두 정부가 추진하는 3기 신도시나 공공택지 개발이 활발한 곳이다. 이 지역에 3기 신도시가 예정되면서 청약 대기수요가 급증한 데다, 재개발 이주가 시작되면서 전·월셋집을 찾기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의왕시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의왕에는 새 아파트 청약 대기 수요가 급증한 데다 내손동과 오전동 일대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어서 이주 수요까지 겹쳐 빌라 전월세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돈 모일 때까지 버티자”…몸테크족 증가도 한몫
최근 주택 실수요자 사이에 장차 내 집 마련을 염두에 두고 경기권 빌라에 월세로 거주하려는 경우가 늘었다. 고정 지출인 월세를 최대한 줄이고, 목돈을 모아서 아파트 청약에 도전하거나 아파트를 전세 끼고 매입해 두려는 전략이다. 현재 서울에 전세로 거주 중인 직장인 A씨는 “아파트 값이 너무 올라 일단 영혼을 끌어모아 수도권 새 아파트 분양권에 투자하려고 하는데, 돈이 모일 때까지 직장이 그나마 가까운 경기도 김포나 고양 지역에 빌라를 반전세나 월세로 임차하려고 한다”고 했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경기 지역 빌라 월세를 문의하는 글이 넘쳐난다. 대부분 서울 또는 3기 신도시에 새 아파트 청약을 받기 위해 모든 자금을 투자하고 이른바 ‘몸테크’를 위해 일정 기간 월세로 거주하려고 한다는 내용이다. 한 30대 신혼 부부는 “그동안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집에 묶인 돈이 아깝단 생각이 든다”며 “전세금을 빼서 서울 아파트 재건축에 투자하고 입주권 받을 때까지 경기도에 저렴한 빌라 월세에 거주하는게 어떨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수도권 빌라 월세는 대출을 끌어모아도 당장 집을 살 수 없는 수요층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주거 환경이 열악한 데다 주거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 문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전세금에 해당하는 목돈은 투자용으로 남겨두고 돈을 모을 동안 서울 업무지구까지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도에 저렴한 빌라 월세에 거주하는 수요층이 크게 늘었다”며 “결국 집값은 치솟고 각종 규제로 대출이 막히면서 서민 고통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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