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올 초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생활형숙박시설(생숙) 규제를 경고했지만 생숙 분양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생숙은 세금·대출·청약·전매 등에서 규제가 거의 없다. 건설사들은 사실상 주거시설과 다름 없이 설계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생숙을 주택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허위·과장 광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투자자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분양한 생숙 ‘롯데캐슬 르웨스트’ 청약에는 57만5950명이 몰리면서 최고 6049대 1, 평균 6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7월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분양한 ‘라포르테 블랑 여의도’가 최고 경쟁률 140대 1로 청약을 마감했고, 지난 3월 롯데건설이 부산 동구에서 분양한 ‘롯데캐슬 드메르’는 평균 3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생숙이란 일정 기간 한곳에 머물러야 하는 외국인이나 지방 발령자들을 위해 만든 장기 투숙형 숙박시설이다. 2012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취사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객실은 6만실이 넘고, 건물 수도 약 3300개에 달한다.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의 주택 공급 억제 정책으로 시장에서 도심 주택 공급 기능이 마비되자, 건설사들이 틈새 상품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정부는 생숙 공급이 확대되면서 각종 사회 문제가 벌어지자, 지난 1월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건축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생숙은 분양받아 개별 등기와 거래가 가능하지만 숙박업 등록을 해야 하고 주거용으로 쓸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분양 시장에서는 생숙을 주거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편법을 소개하면서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 인근에 들어서는 생숙의 경우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생숙을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는 문의에 “주택이 아니라 생활형 숙박시설이지만 소유주가 집수리를 위해 임시로 거주하는 식으로 5년 이상 주소 이전을 해서 살아도 문제가 없다”고 답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불법·위반 건축물은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바로 처벌 대상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생활형 숙박시설 같은 경우 시설 사용자가 숙박을 하는 것인지, 거주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아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단속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일부 현장에선 위탁운영업체가 숙박업 신고를 대행해 주면 본인 명의로 장기 투숙이 가능하다며 수분양자를 현혹하는 이른바 꼼수 영업도 이뤄지고 있다. 실제 수분양자가 장기 투숙한다고 눈속임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투숙객이 성매매 알선, 위생기준위반 등 공중위생관리법 상 숙박업 운영시 불법 행위만 하지만 않으면 장기 투숙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주택으로 사용하다 적발되면 계약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설명은 글씨가 작아 모집 공고문을 여러차례 확인해봐야 찾을 수 있다.
국토부는 지난 1월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이미 주택용으로 쓰는 생숙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수분양자와 입주자가 강력히 반발하자 이행강제금 부과 시점을 2022년 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정부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미 정부가 앞장서 주택 시장을 교란하고 공급 기능을 마비시킨 상황에서, 유사 주택마저 공급하지 못하도록 단속에 나설 경우 집값이 더 폭등할 우려도 있다.
문제는 주택 시장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생숙을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 시장이 정상화되면 생숙 가치가 지금보다 떨어지고, 가격도 가장 먼저 하락할 수 있다. 지금은 전매제한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일종의 ‘폭탄 돌리기’가 이뤄지고 있지만, 언제 폭탄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생숙을 추후 주택으로 용도 변경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애초 숙박시설로 지은 만큼 장기 거주하기엔 적합하지 않아 주택 대체재가 되기에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생활형 숙박시설은 대부분 상업지역에 들어서 학교와 공원 등 편의시설이 아파트보다 크게 부족하다”며 “지금은 괜찮지만 가격 하락기에는 가장 취약한 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투자에 유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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