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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이 구만리인데…또 진흙탕 싸움 벌이는 은마 아파트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1.09.10 03:54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입구에 추진위원장 선출 주민총회 참여를 독려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박기람 기자


[땅집고] 서울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18년째 추진위원회 상태에 머물러 조합 설립조차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차기 추진위원장 자리를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현재 이정돈 전 추진위원장을 비롯한 ‘추진위’ 외에 ‘은마소유주협의회’(은소협)와 ‘은마반상회’ 등 두 개의 비상대책위원회까지 크게 3개 파벌로 쪼개진 상태다. 비대위가 제각각 추진위원장 선출 총회와 현 추진위원장 해임을 통한 추진위 교체를 추진하고 법정 다툼까지 벌이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법원 “선관위원 전원 부적격…10일 총회 개최 금지” 판결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날로 예정됐던 은마아파트 새 추진위 선출을 위한 주민 총회가 법원 판결로 무산됐다. 이번 총회는 현재 임기 만료 상태인 이정돈 전 추진위원장 측이 추진해 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은마 추진위원회가 자체적으로 뽑은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7명 모두 적법하지 않게 선임됐다”며 총회 금지 판결을 내렸다. 은마 추진위는 추진위원이 99명으로 최소 정족수(100명)에 미달한 상태에서 선관위를 꾸렸다는 것이 판결 요지다.

비대위 중 하나인 은소협은 이번 주민 총회에서 추진위원을 전부 물갈이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날 법원 판결로 무산됐다. 은소협은 이번 총회에 이재성 전 대표를 추진위원장 후보로 내세웠다. 이 전 대표는 총회 무산 직후 은소협 공식 채널을 통해 “아쉽지만, 판결을 받아들이겠다. 다시 새 추진위 출범을 위한 공정한 선관위 구성을 위해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은소협은 10년 가까이 임기를 이어가고 있는 현 추진위원장이 조합 구성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땅집고] 최근 추진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집안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박기람 기자


■“추진위원장 해임 총회 오는 28일 강행”

반면 은마의 두 번째 비대위 세력인 ‘은마반상회’가 주도하는 현 추진위원장 해임 총회는 이달 28일 예정대로 강행된다. 원칙적으로 추진위만 주민 총회를 열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주민 발의를 통해 열 수도 있다. 은마반상회는 은마 선거관리규정 제7조에 따라 은마 소유자 10% 동의를 얻어 해임총회 발의에 나섰다.

추진위원장 해임 안건이 통과되려면 전체 은마 소유자(4816명)의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은마반상회 측은 현재까지 접수된 해임 동의 서면 결의서가 2500장으로, 과반인 2408장을 넘겼다고 주장했다. 총회 표결까지 고려해 최대한 많은 동의서를 걷겠다는 입장이다.

최정희 은마반상회 대표는 “이번에 추진위 총회가 무산되면서 더욱 많은 소유자들이 서면 결의서를 보내오고 있다”면서 “해임 총회가 순조롭게 끝나면 11~12월 중 추진위원장 선출 총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은마반상회는 정비업계에서 ‘스타 조합장’으로 통하는 한형기 신반포1차(아크로리버파크) 재건축 조합장을 비롯한 다른 단지 조합장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 최 대표는 “한형기씨는 은마가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인 인허가 전문가”라며 “일각에서 우려하기도 하는데, 대다수 주민은 기대감이 더 큰 상황”이라고 했다.

[땅집고]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 추진위원회와 비대위 간 서로를 비방하는 내용의 입간판이 줄지어 있다. /박기람 기자


■집안 싸움에 속앓이…“누구든 빨리 됐으면”

추진위원장 선출과 해임 총회가 따로따로 진행되자, 은마 주민들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추진위와 비대위인 은소협, 은마반상회 등 세 단체간 집안 싸움도 격화하고 있다. 은소협 측은 이번 총회 무산 배경에 은마반상회가 있다고 의심한다. 공식적인 선출 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을 뽑으면 되는데 향후 법적 공방이 이어질게 뻔한 해임 총회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 수십억원을 쓰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은마반상회는 오히려 추진위와 은소협이 투명한 총회 개최를 피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법원이 명확하게 선관위 구성 절차에 대해 규정했는데, 직접 꾸린 선관위가 아니면 자신이 없기 때문에 선거를 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은마 주민들은 계속된 진흙탕 싸움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은마 입주민 A씨는 “새 추진위원장이 빨리 선출돼서 재건축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총회가 열리면 OS 요원(외주홍보요원)에 총회 참석 비용 등으로 10억원 이상은 그냥 나가는데 그게 다 조합원들 돈 아니냐”고 했다.

은마는 2003년12월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다. 이후 20년 가까이 조합설립을 하지 못한 채 답보 상태다. 용적률·건폐율 등 재건축 밑그림인 정비계획안도 아직 서울시 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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