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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못 바꿔? 시공사 해지!"…정비사업 곳곳서 파열음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1.09.07 11:18 수정 2021.09.07 11:22
[땅집고] 동작구 흑석9구역은 롯데건설이 상위 브랜드인 르엘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공사계약을 해지했다. /장귀용 기자


[땅집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롯데캐슬갤럭시1차’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 7월31일 임시 총회를 열고 조합원 50% 동의로 롯데건설과 시공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은 2019년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뽑은 이후 1년여간 갈등을 빚었다. 특히 고급(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적용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계약 해지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 조합원 약 20%는 최근 시공사 해지 총회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곳은 롯데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된 후, 작년 8월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다. 조합원들이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는 이유 역시 ‘고급 브랜드’다. 시공사측이 제안한 브랜드 ‘마크원’ 대신 롯데건설 ‘르엘’이나 한화건설 ‘갤러리아포레’ 사용을 요구한다. 브랜드 교체가 어렵다면 계약을 해지하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건설사를 다시 뽑자는 입장이다.

최근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장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교체를 요구하면서 시공사 교체까지 벌어지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대개 강남권 수주를 위해 만들었으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 강남권에 적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를 지켜본 조합들은 향후 집값을 감안해 고급 브랜드를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 고급 브랜드는 현재 서울 비 강남권이나 지방 광역시까지 확산하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2013년 대림산업이 ‘아크로’로 서초구 반포동 등 한강변 일대에서 인기를 끈 것을 시작으로 강남권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용산구 한남3구역이 ‘디에이치 한남’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강북까지 번졌고, 동작구 흑석동의 흑석11구역도 대우건설의 ‘써밋’을 적용하기로 했다. 가장 최근에는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이 ‘아크로’를 내세운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땅집고] 상위 브랜드 보유 건설사 현황. /장귀용 기자


올 들어서는 지방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바람이 번지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3월 부산 우동1구역을 수주하면서 비 수도권 최초로 ‘아크로 원하이드’를 달기로 했다. 부산 대연4구역도 대우건설의 ‘써밋’을 단지명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자 고급 브랜드를 달지 못하는 조합은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이 됐다. 실제로 고급 브랜드를 단 아파트가 입주 후 집값이 상대적으로 더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시공사에 브랜드 교체를 요구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시공사 계약 해지까지 가는 일이 흔하다.

동작구 흑석9구역은 지난해 롯데건설과 ‘르엘’ 적용을 두고 갈등을 빚다 시공사 계약 해지 후 소송까지 벌였다.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조합은 총회를 열고 시공사 DL이앤씨와의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조합은 DL이앤씨와 도급 공사비가 높다며 갈등을 빚다가, 최근에는 DL이앤씨의 고급 브랜드 ‘아크로’ 적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방에서도 고급 브랜드 적용을 두고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광주광역시 최대 재개발 사업장인 서구 광천동 재개발 조합은 DL이앤씨 컨소시엄이 ‘아크로’ 적용 요구를 거절하자, 지난 5월 총회에서 계약 해지를 결의했다. 대전 장대B구역도 사업 지연을 이유로 GS건설과 결별했는데, 이면에는 대전 최초로 상위 브랜드를 적용하겠다는 약속을 내세운 경쟁 건설사 입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는 남구 우암2구역과 해운대구 우동3구역, 괴정5구역, 범천4구역 등이 잇따라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잇따라 시공 계약 해지 사태가 일부 단지 수주를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를 출시할 때부터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단지에만 고급 브랜드를 달면 나머지 단지는 고급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비 사업 물량 감소로 조합이 건설회사보다 우위에 있어 시공사 교체를 쉽게 선택할 수 있다”며 “결국 고급 브랜드를 남발하면 일반 브랜드와 고급 브랜드 간에 차별성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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