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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기절초풍"…세입자 떠난 집에 남겨진 건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1.09.06 07:56
[땅집고] 12년 동안 살았던 세입자가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퇴거한 모습. /graham holland


[땅집고] “집에 들어선 순간 공포영화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영국 동남부 켄트주(州)에 사는 그라함 홀랜드(Holland·56)씨. 공업도시인 시팅번시(市)에 보유하고 있던 주택 한 채를 60대 남성에게 12년 동안 세를 줬다. 그런데 우연히 이 집을 찾았던 홀랜드씨는 집 내부를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집 안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던 것. 거실과 방 곳곳이 맥주캔 6000여개, 담배곽, 음식물 쓰레기, 성인 잡지 등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화장실은 오물로 넘쳐났다.

[땅집고] 집안 곳곳에 맥주캔이 쌓여 있고, 화장실은 오물로 넘쳐나고 있다. /graham holland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홀랜드씨는 “지난 12년 동안 세입자가 집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해, 집이 이 지경이 된 것을 알지 못했다. 월세가 밀린 적은 없었다”며 “30년 전 이 집을 샀을 때만 해도 누가 봐도 살기 좋은 집이었고, 그동안 여러 세입자를 거쳤지만 어느 누구도 집을 이렇게 쓴 적이 없었다”고 했다.

홀랜드씨와 그의 아내가 집 안을 가득 채운 쓰레기를 다 치우기까지는 나흘이 꼬박 걸렸다. 이는 단순히 쓰레기를 집 밖으로 옮기는 데 걸린 시간이다. 집을 원상태로 되돌리는데에는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수리비로만 1만파운드(약 1600만원)를 썼다고 한다.

결국 홀랜드씨는 세입자에게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세입자는 집을 나서며 “누군가 아파트 1층에 있는 쓰레기장 문을 잠궈버린 탓에 쓰레기를 처리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땅집고] 집주인 그라함 홀랜드씨가 아내와 함께 쓰레기를 집 밖으로 옮기는 데 4일이 걸렸다. /graham holland


이런 일은 비단 영국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일이 종종 벌어진다. ‘세입자가 오래 연락되지 않아 문을 따고 들어갔더니 집 안에 몇 년치 쓰레기가 가득찬 채로 이미 이사가버렸다’는 등의 경험담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된다.

만약 이런 끔찍한 세입자를 만났다면 집주인은 법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경우 당사자간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세입자는 빌렸던 주택을 계약 당시 상태대로 집주인에게 반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한다. 즉 망가진 주택에 대한 원상복구명령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어볼 수 있다는 것.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영국 사례의 경우 집주인이 수리비를 부담했는데, 이 돈을 반환받는 것을 포함해 세입자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승소 확률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며 “만약 퇴거한 세입자의 행방을 알 수 없거나 연락이 두절됐다면 일단 임대차계약서 작성 당시 세입자의 주민번호·휴대폰번호·이전 주소지 등을 적어 소송을 걸면 추후 주소보정 명령을 통해 주민등록초본을 떼서 현재 거주지를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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