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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점포 20곳 문닫았는데…"55억 더 줄게" 건물 사려고 난리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1.09.03 11:53
[땅집고] 지난 7월 초 문을 닫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초입 커피스미스. /박기람 기자


[땅집고]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지난 13년간 가로수길 랜드마크로 불렸던 ‘커피스미스 1호점’ 내부가 텅텅 비어 있고 간판도 철거된 상태였다. 이 카페는 전용 551㎡로 지상 3층 건물 전체를 임대해 운영 중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 발길이 끊기자 월 1억원(보증금 20억원)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올 7월 초 장사를 접었다. 이뿐만 아니다. 가로수길 초입부터 345m 거리에 있는 애플스토어까지 1층 상가 중 20곳이 문을 닫았다.

이렇게 가로수길 상권은 사실상 몰락했지만, 가로수길과 인근 세로수길을 포함해 상업용 빌딩 매매가격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세로수길 A빌딩은 올 6월 토지면적 3.3㎡당 매매가 1억6000만원, 총 120억원에 팔렸다. 지난해 12월 같은 빌딩이 3.3㎡당 7500만원, 총 75억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7개월 만에 55억원이 오른 것이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세로수길 A빌딩 거래내역. /밸류맵


[땅집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세로수길 A빌딩 거래 사례와 유사한 부동산 거래 분포. /밸류맵


코로나19 사태로 임차 상인들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줄줄이 폐업하고 있지만 상업용 빌딩 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저금리로 부동 자금이 급증하고 주택 시장에 집중된 규제를 피해 빌딩 시장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안정되면 빌딩 가격은 더 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공실 생겨도 임대료는 안 내린다”

가로수길 임대 시장을 보면 빌딩 매매 시장이 코로나 사태에도 더 뜨거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식당, 의류·화장품 브랜드 전문점 등이 줄줄이 문을 닫았지만 임대료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신사동 두리공인중개사사무소 윤경숙 대표는 “가로수길 메인 거리 1층 상가 월세는 여전히 7000만원에서 1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공실이 발생한 건물주들은 임대료 하락이 건물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 임대료를 낮추지 않고 있다. 특히 새로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갱신요구권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 이 같은 현상은 더 심해졌다. 상업용 부동산중개전문 리맥스코리아의 홍인표 팀장은 “임대료를 한번 낮추면 10년 동안 월세를 못 올리기 때문에 차라리 세입자를 내보내고 공실을 유지한다”며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법이 오히려 자영업자를 죽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 다른 주요 상권도 마찬가지다. 서울 최대 번화가인 종로와 대학가 대표 상권인 신촌역 일대도 골목마다 빈 가게가 넘쳐나지만 임대료는 그대로다. 올 2분기 소규모 상가의 3.3㎡당 월 임대료는 각각 7만1200원과 5만2400원으로, 전 분기 대비 0.5~0.7% 줄어든 수준이다. 가로수길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상권이 다시 활성화되면 대기업이 안테나숍을 차리기 위해 줄을 선다고 보고 임대료를 내리지 않는 분위기다.

[땅집고]코로나19 사태에도 몸값이 두 배 뛴 강남 신사동 '세로수길'의 한 빌딩. /박기람 기자


■ “지금이 투자 타이밍…‘위드 코로나’땐 가격 더 뛸 것”

여유 자금이 많은 빌딩 투자자들은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로 운영이 힘들어진 건물이 매물로 나오기를 기다리며 투자 타이밍으로 잡기도 한다. 이들이 주로 향하는 곳은 경매 시장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8월 서울 상가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평균 124.6%를 기록했다. 이는 2001년 집계 이래 최고치로, 전달보다 67.5%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서울 상가 낙찰가율은 평균 88.53%였다. 지난달 17일 도봉구 창동의 A근린상가는 감정가 144억5632만원에 경매에 나와 응찰자 22명이 몰리며 250억1100만원에 낙찰됐다.

최근 백신 접종률이 오르면서 코로나로 억눌렸던 상권이 이전보다 더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까지 더해지고 있다. 부동산중개법인 원빌딩의 신동성 본부장은 “꼬마빌딩은 주택과 달리 세제·대출 규제가 적고, 최근 강남 아파트 한채가 20억원을 넘어갈만큼 급등해 꼬마빌딩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효과까지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끝나길 기다리면 늦을 수 있다는 생각에 현금 부자들은 지금이라도 서둘러 매수에 나선다”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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