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0만 가구 쏟아붓는 정부…2029년엔 미분양 터진다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1.09.02 07:29

[땅집고]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제3차 신규 공공택지’가 현재 들끓는 집값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2029년 이후 경기 남부권에 공급 과잉 대란(大亂)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의왕군포안산 등 3차 공공택지는 정부 계획대로 진행해도 2029년에야 입주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 시기엔 이미 수도권 3기 신도시 본격 입주로 외곽에선 주택 가격이 안정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급등에 따른 ‘뒷북 대책’으로 입지가 떨어지는 지역에 2기 신도시를 대거 발표해 미분양 사태를 빚었던 노무현 정부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땅집고]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 30일 발표한 3차 신규 공공택지에는 수도권 12만 가구가 포함돼 있다./국토교통부


국토부는 ‘3차 신규 공공택지’로 의왕군포안산(4만1000가구)과 화성 진안(2만9000가구) 등 수도권 7곳에 12만 가구 공급을 추가 발표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택지는 수도권에만 103만 가구에 달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남양주 왕숙(6만9000가구), 고양 창릉(3만8000가구), 부천 대장(2만가구), 인천계양(1만7000가구), 하남 교산(3만4000가구) 등 17만8000가구에 달하는3기 신도시와 중소규모 택지 등 수도권에만 84만 가구에 달하는 택지 공급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여기에 올 들어 2·4대책에서 광명시흥(7만 가구)을 추가했다.

[땅집고] 수도권 127만가구 주택공급계획. /국토교통부, 손희문 기자


공공택지는 발표 후 지구계획 수립과 토지 보상, 택지 조성과 분양에 이어 주택 입주에 이르기까지 실제 집이 공급되기까지 시간 격차가 상당하다. 3기 신도시 중 가장 빠른 하남 교산신도시가 2025년 말 입주 목표인데 실제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의왕군포안산과 화성 진안 등은 내년부터 지구 조성에 들어가 2026년 이후 입주자를 모집해 일러야 2029년에 첫 입주가 이뤄진다. 물론 이 일정도 목표일 뿐이어서 실제로는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대규모 공공택지 조성이 현재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는 2025년 이후엔 과잉 공급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가장 문제되는 지역이 최근 발표한 의왕군포안산지구와 화성 진안지구가 들어서는 경기 남부권이다. 앞서 발표한 3기 신도시가 2기 신도시보다 서울과 가까운 입지인 반면, 두 지구는 오히려 기존 2기 신도시보다 서울에서 멀다. 정부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를 이용해 서울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지만 GTX는 배차 간격과 요금 때문에 실제 출퇴근 이용률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땅집고] 수도권 2기 신도시와 제3차 신규 공공택지 위치./조선DB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재건축·분양가·세금 규제를 전방위로 내놓았지만 실패로 돌아가자, 결국 2003년에 판교·동탄·김포 등 2기 신도시를 조성해 64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2기 신도시 입주는 이미 수도권 주택 시장이 침체에 빠졌던 2010년대 이후에 본격화했고,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2013년 8월 당시 3만6903가구까지 급증했다.

[땅집고] 2010년 1월~2020년 7월 경기도 미분양 주택수 추이./국토교통부, 아실(아파트실거래가)


전문가들은 현재 집값 상승세가 워낙 강하지만 3기 신도시를 포함해 103만 가구에 달하는 택지에서 본격적인 입주가 이뤄지면 외곽에서는 대량 미분양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2기 신도시에서도 상대적으로 입지가 떨어졌던 양주 옥정, 파주 운정, 인천 검단신도시 등은 수분양자들의 입주 거부와 계약 해지 요구로 몸살을 앓았고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다”며 “신규 택지 중에서도 입지가 떨어지고 시기가 늦은 지역에서는 같은 일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3기 신도시가 본격 입주할 즈음에는 수도권 외곽 중심으로 집값 하락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시장의 경기 순환과 변동 등을 고려했을 때, 집값이 급등한 뒤 조정·하락장이 동반된다. 특히 3기 신도시 입주가 이뤄지는 2026~2027년을 시작으로 집값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대규모 주택 공급과 부동산 조정·하락 국면이 겹치게 된다면 조정 이상의 폭락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주택 가격을 시장 조정 기능에 맡기지 않고 인위적으로 규제하려는 정부의 시각이 ‘때늦은 공급 폭탄’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심형석 미국 IAU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양도소득세 일시적 완화로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도록 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서울 지역에 아파트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라며 “규제를 하다 안되니 외곽 지역에 신도시를 대거 짓는 식으로는 주택 시장의 과열과 급랭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손희문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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