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영화 기생충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서울 마포구 아현1구역(아현동 699 일대)이 재개발 방식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올해 안에 민간재개발을 위한 정비구역 지정이 이뤄질 예정인데, 이대로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자는 주민들과 공공재개발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주민들이 맞서고 있다.
31일 서울시와 마포구 등에 따르면, 아현1구역으로 불리는 아현동 699번지 일대에 대한 정비구역 지정이 올해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1월 마포구가 주민공람 공고를 마무리했고, 서울시의 심의만 남은 상황이다. 재개발·재건축을 다양한 방법으로 막아왔던 박원순 전 시장과 달리 오세훈 현 시장은 정비사업에 적극적이어서 서울시 심의에는 큰 난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민간 재개발 추진위를 거쳐 조합이 정식으로 재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아현1구역은 정비구역 해제된 기존 아현1-1과 아현1-2를 아우른 지역으로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정비사업지다. 이미 주변 지역은 재개발 사업이 완료돼 맞은편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현 아이파크, 공덕자이 등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85㎡ 아파트 기준으로 17억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아현1구역은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이 가까운 데다 도심과의 거리도 가까워 강북 재개발 사업지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입지다. 현재 계획상으로 10만5609㎡ 부지에 아파트 2583가구(임대 382가구 포함)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아현1구역의 주민들 일부는 민간재개발 대신 공공재개발 지정을 주장하고 있다. 아현1구역 재개발 투쟁위원회(투쟁위)에 따르면, 공공재개발에 동의한다고 밝힌 주민은 63%에 달한다. 사업시행자 지정에 필요한 동의율 66.6%에 육박한 수치다. 이들이 공공재개발 재심의를 신청해 연내에 국토부에서 후보지로 선정될 경우 민간재개발은 불가능하다.
아현1구역 주민들이 사업방식을 놓고 대립하게 된 배경에는 ‘공유 지분 소유자’들이 있다. ‘공유 지분 소유’란 단독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바꾸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로 한 필지의 땅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경우를 말한다. 아현1구역 토지 소유자는 2009년 기준 2110명에서 2700여명으로 급증했다. 이중 2018년 정비구역해제 이후 늘어난 가구수만 100가구가 넘는다. 민간 재개발에서는 대개 권리가액 최소규모를 정관으로 정하는 방식으로 소수지분 공유자를 현금청산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공공재개발 추진에 동의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공유지분 보유자들로 추정된다. 공공재개발의 경우 민간 재개발보다 건축하는 주택 수가 많아 현금청산 가능성이 낮아진다. 아현1구역 투쟁위 관계자 B씨는 “공유 지분 소유자가 절반이 넘는다. 이들을 포용하지 않고서는 사업자체를 할 수 없는 것. 결국 공공재개발 찬성 주민이 63%를 넘겼다는 것은 사실상 민간개발이 힘들다고 보는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이라며 “대지지분이 큰 극소수의 이익보다는 아현1구역 전체가 탈바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민간재개발을 추진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대지지분이 큰 소유주들이다. 이들은 공공재개발을 하면서 공유지분 소유자들을 비롯해 대지지분이 작은 소유주들이 아파트를 받게 되면 자신들의 이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거기다 공공재개발의 경우 임대주택이 비율이 높아 민간재개발보다도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간개발을 주장하는 주민들은 소규모 공유 지분 소유자를 청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유 지분 소유자들이 아파트를 받게 되면, 대지지분이 큰 단독주택이나 상가 등을 소유하고 있는 기존 원주민들의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주민 A씨는 “공유지분 소유자들은 최근에 들어온 외부 투자자가 많은데, 이런 사람들이 다들 집을 한채씩 받아가면 원주민들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주민들이 민간재개발 지구지정 전까지 국토부로부터 공공재개발 지구 지정을 받아내느냐에 따라 사업 방식이 결정될 예정이다. 지구지정 전 공공재개발 지구로 지정되면 민간재개발은 사실상 무산되고, 민간재개발 지구 지정이 먼저 이뤄질 경우 공공재개발을 찬성하는 민심도 돌아설 수 있다.
일부 주민들은 각각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시간’이 생명인 재개발 사업에선 어떤 식으로든 사업이 빨리 진행되는 것이 주민들에게 유리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민간·공공개발 사이의 갈등으로 이번에 사업이 또 중단되는 것이다. 지난 3월에는 아현1구역은 공공재개발 후보지 발표에서 보류지역으로 묶이면서 공공재개발이 한 차례 무산됐는데 당시 국토부는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들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발 가능성과 주민들의 의견을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 보유세 또 바뀌었다. 종부세 기준 11억으로 상향. 올해 전국 모든 아파트 세금 땅집고 앱에서 확인하기. ☞클릭! 땅집고앱에서 우리집 세금 확인!!
▶ 땅집고는 독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개별 아파트와 지역,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소식과 사업 진행 상황·호재·민원을 제보해주시면 기사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기사 하단의 기자 이메일로 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