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층 건물 위에 덤으로 올린 2층 주택…이게 바로 '리모델링 마법'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1.08.31 07:47 수정 2021.09.01 10:36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갈색 벽돌로 이뤄진 주택가 사이로 한가운데가 뻥 뚫린 지상 5층 건물이 눈에 띄었다. 서교동 일대를 대표하는 갤러리와 카페인 ‘스페이스 소’. 흰색으로 칠한 저층부(1~2층)와 회색인 고층부(4~5층) 중간에 이른바 ‘루프필로티’(루프톱+필로티)로 불리는 반 외부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 모양이 나무 위에 얹혀 있는 둥지를 본뜬 한자 ‘巢’(소)와 유사해 ‘스페이스 소’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건물은 과거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가 사용하던 평범한 2층 건물이었다. 건축주는 기존 건물을 그대로 두고 그 위에 2층짜리 주거 공간을 증축 리모델링했다. 2017년 현재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지상 1층과 2층은 각각 갤러리와 카페로, 4~5층은 건축주 부부의 주거 공간으로 쓰고 있다.

이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바로 3층 루프필로티다. 갤러리 모임 공간과 카페 루프톱 쉼터로 건물을 찾는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고, 한쪽에는 부부를 찾는 손님 맞이용 게스트룸이 있다. 이곳은 관객이 수시로 드나드는 저층부 갤러리·카페와 주거 공간인 4~5층 중간에서 사생활 보호를 위한 완충 역할도 한다. 건물을 설계한 땅집고 파트너사인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SoA)의 이치훈 소장은 “갤러리의 공적 공간과 주택의 사적 공간에 용도가 정의되지 않은 공간을 끼워 넣어 이질적인 기능 사이를 보완했다”고 했다. 이 소장은 오는 11월 2일 개설하는 땅집고 건축주대학 20기 강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땅집고건축 파트너사인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SoA)'의 이치훈 소장(왼쪽 위)이 설계해 리모델링을 마친 '스페이스 소'의 모습(오른쪽). 평범한 2층짜리 낡은 건물(작은 네모 안) 위에 2층짜리 주택을 증축 리모델링했다. 왼쪽은 리모델링 후 주택 내부 모습. /건축사사무소 SoA·사진가 신경섭


◇다용도로 활용하는 루프필로티… 건축주 사생활도 보호

건축주인 60대 부부는 2015년쯤 이 건물을 매입한 뒤 이 소장을 찾았다. 이 소장은 근린생활시설 기능뿐만 아니라 부부가 사는 주택이란 점에서 사생활 보호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우선 고객들과 거주자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고려했다. 4층까지 운행하는 엘리베이터를 달았는데, 4층은 키카드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다. 3층 외부 공간을 지나 계단을 통해 4층으로 올라갈 때는 주택 현관 앞 별도 진입 마당을 거치도록 했다.

층수가 낮고 외부인이 많이 들락거리는 만큼 집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 소장은 “신경 써서 설계하지 않으면 마음대로 창문도 못 열고 항상 블라인드를 치고 살아야 할 것 같았다”며 “주변 건물을 모두 모델링해 배치 상황을 파악하고 담장과 중정(中庭), 지붕, 처마까지 새로 설계했다”고 했다. 예컨대 4층 침실 바깥쪽에는 중정을 두고 그 바깥으로 담장을 만들어 창문을 열면 중정을 통해 바람이 들어오지만 바깥에서 내부가 들여다보이지는 않는다.

사생활을 지키면서도 창문을 맘껏 열 수 있게 되자 삶의 질도 높아졌다. 환기가 자유로워 냄새를 쉽게 뺄 수 있고, 냄새 나는 물건은 외부 공간에 따로 뒀다. 부부는 “빽빽한 서울 한복판에서 단독주택에 사는 것 같은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며 만족하고 있다.

◇1·2층 갤러리도 성황… 6년 만에 땅값 2배 올라

기존에는 옥상이던 3층은 기둥만 남기고 비워 건축 면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덕분에 리모델링하면서 주차 대수를 종전 5대에서 더 늘리지 않아도 됐다. 이 소장은 “3층을 비우지 않았다면 주차 면적을 1대 이상 추가로 확보해야 해 건축 면적에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건물 1·2층에서 운영 중인 갤러리와 카페도 성업 중이다. 1층 갤러리는 건축주 부부의 지인이, 2층 카페는 건축주 아들이 운영한다. ‘스페이스 소’가 등장한 시점부터 서교동은 종로구 인사동과 삼청동, 강남구 청담동, 용산구 한남동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화랑가로 거듭났다.

리모델링 이후 부동산 시장 호황기와 맞물려 땅값도 크게 뛰었다. 마포구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스페이스 소 건물이 위치한 지역 땅값은 6년 전만 해도 3.3㎡당 3000만~400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6000만~7000만원대로 크게 뛰었다”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 수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자산 가치는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 마스터 2기 개설>

부동산 미디어 플랫폼 땅집고가 리모델링 건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리모델링 마스터 클래스 2기’ 과정을 개설한다.

이번 과정은 오래된 중소형 빌딩과 낡은 주택을 보유 중이거나 구입해 수익성 높은 건물로 리모델링하려는 건축주 대상 실무형 강의다. 리모델링은 신축보다 비용이 30~40% 적고 용적률이나 일조권 측면에서 유리해 건축주 관심이 많다.

강의는 오는 10월 12일부터 시작하며 이론 6회, 현장 스터디 2회 등 총 8회로 진행한다. ▲건물 가치를 올리는 성공적인 리모델링 계획 수립방안 ▲증축 설계 방식과 주차문제 해결 ▲리모델링 성공 사례 분석 ▲공실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임대 전략 ▲리모델링 건축을 활용한 상속·증여·양도 절세 전략 등이다.

서울시내 리모델링 공사 현장과 완공 건물을 1곳씩 찾아가 현장 스터디도 진행한다. 수강생에게 일대일 건축 상담을 1회 무료 제공한다. 건축을 원하는 수강생에겐 땅집고 건축매칭시스템을 통해 전문가를 연결한다. 수강료는 160만원이며 오는 9월 30일까지 사전예약하면 20만원 할인한다. 선착순 20명 모집하며 수강 신청은 홈페이지(zipgobuild.com)에서 하면 된다. 문의 (02)724-6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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