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열흘 새 2억…무섭게 폭발하는 청라 집값이 불안한 이유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1.08.30 03:08

[땅집고] 지난 7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청라동 대표 아파트 중 하나인 ‘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 84㎡(이하 전용면적)는 12억9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달 28일 10억5800만원에 팔린 것에 비하면 불과 열흘 새 2억2700만원 올랐다. 인근 ‘청라더샵레이크파크’ 101㎡는 지난달 10억원에 팔려 한 달 만에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인천을 대표하는 국제도시인 청라국제도시 집값이 지난 7월 한 달 만에 1.39% 급등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3만6184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입주가 끝나 도시 모습을 갖춘 데다 핵심 교통 수단인 지하철 7호선 연장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에 날개를 달았다는 분석이다. 청라의료복합타운을 비롯한 대형 인프라 시설 개발도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당초 핵심 기능으로 삼았던 국제업무시설 조성은 아무런 성과가 없어 ‘반쪽짜리 국제도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하철 유치 등 각종 개발 호재에 집값 급등

[땅집고]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선 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 아파트. /전현희 기자


3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올 1~6월 청라국제도시가 있는 인천 서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16.44%에 달했다. 특히 이달 23일 조사에서는 일주일 전보다 1.47% 올라 인천 연수구(1.66%)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상승률이 높았다.

이 지역 집값을 이끄는 호재는 그간 지지부지하던 7호선 청라연장선이다. 7호선 청라 연장선은 이달 초 기본계획 수립을 완료해 연내 착공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의 차량기지증설 반대로 사업이 계속 지연됐는데, 지난 4일 인천시가 차량기지 사업비(293억원)를 부담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급진전됐다. 7호선 청라 연장선은 인천 서구 석남동 석남역에서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을 잇는 노선(10.74㎞)으로 청라국제도시 핵심 교통수단이다. 개통하면 청라에서 서울 고속터미널역까지 이동시간이 20~30분 단축될 전망이다.

대형 개발 호재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이 지난달 28일 청라의료복합타운 우선협상 대상자로 최종 선정되면서 청라에도 대형 병원이 들어서게 됐다. 아산병원과 인천시는 협상이 끝나면 2023년 9월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청라에 대형 상업시설인 스타필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스타필드 청라국제신도시점(가칭)은 2024년 준공할 계획이다.

■ 외국자본 유치는 제로…국제도시 취지 무색

그러나 청라국제도시 계획 사업 중 축소되거나 지연되는 것도 많다. 청라국제도시는 4개의 업무지구(국제업무단지, 국제금융단지, 하나금융타운, 스트리밍시티)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런데 공사 중인 곳은 하나금융타운(2024년 준공 예정) 한 곳뿐이다. 지상 448m초고층으로 계획돼 청라국제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시티타워’는 아직 시공사조차 정하지 못했다.

[땅집고]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복판에 공터로 남아 있는 시티타워 예정 부지. /독자 제공


더 큰 문제는 외국자본 유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당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청라국제도시를 조성하면서 업무지구 내 외국자본 30% 유치를 인천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치된 외국자본은 없다. 현재 인천 서구 청라동 87-1 일대 국제업무단지 부지는 고층 빌딩 대신 잡초만 무성하다. 국제도시라는 명칭이 무색한 셈이다. 외국자본은커녕 국내에서도 이 사업을 추진할 시행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평가다.

[땅집고] 주변 아파트 입주가 끝났지만 여전히 공터로 남아 잡초가 무성한 청라국제도시 내 국제금융단지 부지. /전현희 기자


결국 국제업무단지와 금융단지에서는 외국자본을 유치하려던 땅을 하나둘 주상복합 등 다른 용도로 바꾸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해 국제업무단지 설계변경을 통해 외국 기업 유치 대신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를 변경했다. 청라국제도시 M5·M6블록(7만1000㎡)은 주상복합 용지로 변경했고, B1·B10블록 (7만㎡)에는 오피스텔, B2·B9블록(13만㎡)에는 지식산업센터를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외국기업·자본 유치가 전무하다 보니 외국인 대상 임대아파트 역시 일반 아파트로 변경됐다. 청라국제도시 6단지 A3, A4블록에 있는 480가구 규모 외국인 전용 임대아파트 두 곳(호반베르디움 6차, 청라시티프라디움)은 외국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지난달 일반분양으로 전환했다. 외국인 전용임대아파트는 경제자유구역특별법에 따라 분양 개시 1년이 넘도록 임차인이 없는 경우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다.

[땅집고]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준공한 외국인 전용 임대아파트 '시티프라디움'은 현재 텅 비어있다. 곧 일반 분양으로 전환한다. /전현희 기자


전문가들은 주요 시설 착공 연기와 외국 자본 유치 실패로 청라국제도시 집값 상승세가 힘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최근 청라 집값이 오른 것은 인천 전역이 상승장인 상황에서 신축 아파트 단지라는 점이 부각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일종의 ‘순환매’로 볼 수 있다”면서 “결국 산업·업무시설 개발 계획이 이대로 실패한다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인천=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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