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국은행이 2년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초저금리 시대’의 방향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의 목적은 가계대출 관리와 자산가격 안정 등이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마지막 카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당장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단계적으로 계속 진행될 경우 주택시장에도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키로 결정했다. 건국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의 기준금리(0.5%) 15개월 동안 유지되다, 이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금통위의 이같은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는 그동안 초저금리의 영향으로 시중에 과도하게 돈이 많이 풀렸고, 그 결과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이상 급등했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제 시중의 돈을 거둬도 좋을 만큼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한은의 시각도 반영됐다. 경제 전문가들도 한은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낮추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기준 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집값 하락 요인이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통상 집을 살 때는 대출을 끼고 사는데, 금리가 올라가면 갚아야 할 이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택 매수 수요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한 차례(0.25%) 금리 인상 자체보다는 앞으로 이어질 ‘금리 인상 추세’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기준 금리 소폭 인상이 이미 어느정도 예상됐던 데다 정부가 DSR(총부채상환비율) 등으로 대출을 관리하고 있어 당장 주택 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첫 스타트를 끊으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현 정부뿐 아니라 내년 대선 이후 새로운 정부에서도 한번 시작된 금리 인상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대출금리 인상, 우대금리 하향조정, 대출한도 축소 등 가계대출 조절을 위한 조치가 연속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상과 더불어 지난주 NH농협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단 사태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 사람)들 심리적인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는 최소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경기 회복에 대해 어느 정도 대한 낙관하고 있고, 초저금리로 인한 금융불균형에 대서는 우려가 크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금리 인상 이후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빠른 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홍춘욱 EAR 리서치 대표는 “급격한 금리 인상은 서울 집값보다 지방 부동산 시장과 경기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선택하기 어렵다”며 “내년까지 많아야 2차례 정도 소폭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이 정도 수준이라면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을 가져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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