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보증보험 가입이 안돼요"…비아파트 전세 자취 감추나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1.08.26 11:19
[땅집고] 정부가 임대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가입이 거절되는 비아파트에서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원룸, 빌라 등이 밀집한 동대문구 장안동 일대 공인중개사무소에 나붙은 매물 안내문. /장귀용 기자


[땅집고] 연립·다가구·다세대주택(빌라)이 밀집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이곳에 전용 49㎡짜리 빌라 한 채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해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전세입자를 구하려다가 포기하고 집을 매물로 내놨다.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임대로 놓기가 불가능했던 것. A씨 빌라의 전세보증금은 대략 2억7000만원. 여기에 A씨가 빌린 주택담보대출금 5000만원을 더하면 3억2000만원으로 올해 A씨 빌라의 공시가격(약 1억3000만원)의 190%를 넘어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된다.

최근 임대사업자에게 임대보증보험 의무가입이 시행된 이후 비(非) 아파트 소유주들이 보증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 문턱을 낮췄지만 여전히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주택이 많은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아예 집을 내놓으면서 저소득층 전세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보증보험은 전세보증금을 떼일 경우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보전해 주는 안전판으로 최근 세입자들에겐 거의 필수로 통한다. HUG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액은 올 상반기에만 1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상반기(4조9000억원)와 비교해 3배가량 늘었다. 지난 18일부터는 정부가 아예 주택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정작 전세금을 떼일 위험이 크고,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는 임대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다.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대출금에 전세보증금을 더한 금액이 적정 주택가격(공시가격의 190%)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비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이 매매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곳이 수두룩하다. 더구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에 큰 차이가 없는 속칭 ‘깡통 전세’가 대부분이다. 대출금에 전세보증금을 더한 금액이 보증보험 가입 한도를 넘는 경우가 속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비 아파트는 보증금이 공시가격의 2배를 넘는 경우도 많아 애초에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과도한 가입 제한으로 임대사업자를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 임대보증금 보증료율. /국토교통부


설령 보험가입이 된다고 하더라도, HUG 가입기준으로 보증금의 0.099~0.438%까지 내야 하는 보증 보험료가 부담이다. 보증 보험료는 ▲보증금액 ▲주택유형 ▲부채비율 등에 따라 매겨진다. 만약 보증금이 2억1000만원에 최대 요율을 적용하면 보험료로만 연 92만원을 내야 하는 것. HUG에서 보증보험가입이 안 돼 SGI서울보증에서 가입하면 보험료는 더 올라간다. 보험료는 임대인이 75%, 임차인이 25%를 부담해야 한다.

임대인뿐 아니라 세입자들도 보험가입 문턱이 높고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에서 전세 사는 30대 초반 A씨는 “보증보험이 꼭 필요하지만 30만원이라는 보험료가 부담된다”면서 “최근 집주인이 관리비를 올리면서 보험료 부담을 전가하려고 한다. 전세보증금 2억7000만원도 전세대출을 받아서 낸 것이어서 이자를 내야 해 걱정이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임대보증보험 의무화로 비 아파트 임대시장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보증보험가입 부담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민들이 많이 사는 비 아파트가 월세화되면 서민 주거비 부담이 심각해질 수 있다”면서 “특히 청년층이나 저소득층이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주거사다리를 끊는 결과로까지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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