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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숙' 분양가가 17억?…규제가 촉발한 기막힌 기현상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1.08.25 03:41
[땅집고] 이달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분양하는 생활형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 84㎡ 분양가는 최고 16억1000만원이다. 지난해 근처에 분양한 '마곡9단지' 아파트 분양가가 최고 6억9700만원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2.3배 정도 비싸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이달 25일 청약을 받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 최근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떠오른 생활형숙박시설로, 최고 15층 5개동에 876실이나 된다. 타입이 49~111㎡로 다양하고 내부 설계 역시 아파트와 거의 비슷하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9호선 마곡나루역까지 걸어서 각각 10분 정도 걸리는 더블 역세권 입지여서 청약에 관심을 두는 수요자가 적지 않다.

그런데 ‘롯데캐슬 르웨스트’ 분양가를 확인한 예비청약자들 사이에선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침실 1개짜리 전용 49㎡ 분양가가 8억100만~9억6200만원, 34평 아파트와 비슷한 84~88㎡ 분양가는 14억4400만~17억18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마곡지구에서 분양한 ‘마곡9단지’ 84㎡ 아파트 최고분양가가 7억원을 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비싸다. 마곡지구 최고가 아파트인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 84㎡의 최고 실거래가인 15억1000만원(7월)보다도 2억원 이상 높다.

[땅집고] 롯데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분양하는 '롯데캐슬 르웨스트' 주택형별 분양가. /이지은 기자


같은 전용면적이라면 아파트보다 대체 상품의 분양가가 더 저렴한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통념이 뒤집히고 있다.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도시형생활주택 분양가가 아파트 가격을 뛰어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 시장을 통제하면서 발생한 기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각종 부동산 규제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분양가 상한제로 아파트 공급에 씨가 마르자, 수요자들이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 등 대체재를 찾아 나서는 상황에서 이런 상품은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건설사가 분양가를 마구잡이로 올리고 있는 것이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역시 초고가 분양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84㎡ 분양가가 최고 16억1000만원이다. 3.3㎡(1평)당 4502만원으로, 이달 마곡동 아파트 평균 시세(3692만원)보다 21% 이상 높았다. 올해 청약자 24만여 명을 끌어모았던 경기 화성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84㎡ 기준으로 아파트는 4억4034만~4억8867만원, 오피스텔은 9억1660만원에 분양했다. 오피스텔은 발코니가 없어 아파트보다 실사용 면적은 작지만, 가격은 두 배나 됐던 것.

[땅집고] 아파트 대체 상품 분양가가 날로 치솟고 있지만, 아파트 대비 청약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탓에 내집 마련 수요가 쏠리면서 청약경쟁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생활형숙박시설의 경우 분양권 전매도 가능해 투자 수요도 흡수 중이다. /이지은 기자


주목할 점은 이 같은 고 분양가에도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 대체 상품에 수요자가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와 달리 청약 통장이 필요없고 재당첨 제한도 없어 부담 없이 청약할 수 있어서다. 아파트는 100% 가점제(전용 85㎡ 이하)로 당첨자를 가리는 반면 이런 상품은 추첨제를 적용해 가점과 상관 없이 운만 좋으면 당첨된다.

생활형숙박시설의 경우 계약금의 10%만 내면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어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 지난 3월 롯데건설이 분양한 생활형숙박시설 ‘롯데캐슬 드메르’는 1221가구 모집에 43만여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356대 1을 기록했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는 이 단지 B동 45㎡ 분양권이 최고 4억941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분양가 대비 1억3000만원 웃돈이 붙었다. 서울 중구 충무로4가 생활형숙박시설 ‘충무로 하늘N’ 23㎡ 분양권은 최고 호가가 3억942만원으로,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이 5000만원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생활형숙박시설 등 대체 주거상품의 분양가가 아파트 분양가를 추월할 정도로 비싸졌지만, 주택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가격 방어력은 낮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은 이 상품들이 아파트 대비 규제를 덜 받지만, 투기 수요가 몰리면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심형석 미국 IAU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대체 상품에 유례 없는 수요가 쏠리고 있는데, 정부 규제로 왜곡된 고분양가를 실수요자가 떠안으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며 “투자자의 경우 대체상품을 분양받았을 때 분양권 전매로 얻은 수익이 기대만큼 크지 않거나, 분양권 매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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