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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도 좁아 죽겠는데…" 임대주택에 박힌 해괴한 기둥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1.08.25 03:10

[땅집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남양주시 별내지구 A13블록에 공급한 행복주택 침실 벽면 모서리에 기둥이 툭 튀어나와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땅집고] “방에 모퉁이마다 기둥이 튀어 나와 있어서 침대 놓기가 너무 애매합니다. 안그래도 좁은 방이 더 좁아보이고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구리시 수택동에 공급해 이달 말 입주를 앞둔 ‘구리수택 행복주택(394가구)’ 예비입주자들 사이에서 “주택 평면이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 주택은 전용 16~36㎡ 소형 면적으로, 내부는 거실·침실·화장실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보통 반듯한 직사각형 평면으로 짓는 각 방 모서리마다 직사각형 기둥이 툭 튀어나와 있는 형태라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땅집고] 최근 LH가 공급한 임대주택마다 '모서리 기둥 때문에 가구 배치가 난감하다'는 입주자들이 수두룩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남양주시 별내지구 A13블록에 들어서는 국민임대주택도 비슷한 설계로 입주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국민임대주택 입주자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그래도 각 방마다 크기가 넉넉하지는 않은데, 거실은 물론이고 침실에도 기둥이 자리잡고 있어 방이 더 좁아보인다”, “기둥 때문에 원래 쓰던 가구가 안 들어갈 것 같아 가구들을 아예 새로 사야 하나 고민이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와있는 상태다.

[땅집고] 구리 수택지구 행복주택 36㎡ 평면도. 침실 모서리 기둥 때문에 일반적인 크기의 슈퍼싱글 침대 배치가 어렵다. /이지은 기자


실제로 구리수택 행복주택 36㎡ 평면도를 보면 침실 크기는 가로폭이 2280㎜, 세로폭이 2670㎜다. 그런데 한 모서리에 세로로 긴 형태의 기둥이 330㎜X 1260㎜ 크기로 들어가 있다. 기둥 면적이 방 면적의 7% 정도를 잡아먹고 있다. 게다가 보통 1인가구가 침대를 슈퍼싱글(1200㎜X 2000㎜) 사이즈로 마련하는 점을 감안하면, 벽 기둥 때문에 침실에 침대를 넣기조차 어렵다.

LH는 임대주택에 왜 이런 설계를 적용한걸까. LH 관계자는 “기둥 때문에 가구 배치가 어렵고 실사용 면적이 줄어든다는 입주자들의 불만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단지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는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를 ‘벽식 구조’ 대신 ‘기둥식 구조’로 건축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땅집고] 아파트 바닥 구조 분류. /조선DB


아파트 등 철근콘크리트로 짓는 건물 구조는 크게 기둥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뉜다. 벽이 기둥 없이 위층 천장(슬래브·slab)을 지탱하는 형태가 ‘벽식 구조’, 천장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을 설치한 형태가 ‘기둥식 구조’다. 한국 아파트 대부분은 벽식 구조로 지어졌다. 슬래브(수평)와 벽(수직)이 면 대 면으로 만나 일체화 돼 있는 형태라, 슬래브에서 울리는 진동이 큰소리로 아래층에 전달될 수밖에 없어 층간 소음에 취약하다고 알려졌다.

반면 기둥이 슬래브를 받치는 형태인 ‘기둥식 구조’로 아파트를 지으면 소음이 줄어든다. 슬래브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기둥이 어느 정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기둥식 구조는 ‘라멘(Rahmen) 구조’와 ‘무량판 구조’로 두 가지로 나뉜다. 이 중 슬래브의 진동이 보와 기둥으로 분산되는 라멘 구조가 층간 소음에 가장 강하고, 슬래브가 기둥으로 이어지는 무량판 구조가 그 다음이다. 최근 LH가 공급한 ‘구리수택 행복주택’과 ‘별내A13블록 임대주택’ 모두 라멘 구조로 지어졌다.

기둥식 구조의 장점이 또 있다. 추후 리모델링하기가 수월하다는 것. 벽식 구조는 벽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어 이 벽을 철거할 수 없다. 리모델링을 할 때도 벽식 구조의 내력벽은 상황에 따라 철거할 수도 있지만, 안전 상의 이유로 엄격하게 규제를 받기 때문에 공사에 장애요인이 된다. 하지만 기둥식 구조에선 상황에 따라 벽을 허물고 내부 구조를 바꾸기 수월하다. 방이 좁다고 느껴질 경우 각 방을 구획하던 벽을 없애 좁은 두 개 방을 넓은 한 개 방처럼 쓸 수도 있다.

[땅집고] 최근 5년간 층간소음 민원접수 현황. /이지은 기자


업계에선 기둥식 구조로 아파트를 지으면 벽식 구조보다 시공비가 3~6% 정도 더 든다고 알려져있다. LH는 층간 소음으로 인한 임대주택 입주자들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기둥식 구조 임대주택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2016년 서울 마포구 ‘가좌행복주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국 52개 단지 총 3만6500여가구 임대주택을 기둥식 구조로 공급했다”라며 “입주자 모집 공고할 때 평면도에서 기둥의 정확한 치수를 안내하고 있으며, 층간 소음 등 다양한 강점이 있는 구조라는 점을 고려해 선택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기둥식 구조를 좁은 집에 적용하면 ‘구리수택 행복주택’ 사례처럼 그렇지 않아도 좁은 집에 기둥이 튀어나와 입주자들이 생활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30평대 이상 주택에 기둥식 구조를 적용하는 경우라면 기둥 일부가 튀어 나와 있어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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