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9억원을 초과하는 서울아파트 매매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달 들어 시중 은행들이 일부 가계 대출 상품을 제한하거나 중단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반면 무주택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폭이 10%포인트 높아지면서, 6억~9억원 구간의 매매 비중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번 달 들어 서울아파트 매매 건수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1월 5796건, 2월 3874건, 3월 3788건, 4월 3666건, 5월 4795건, 6월 3935건, 7월 4238건을 기록하던 매매건수가 8월에는 708건으로 줄어든 것. 등록 신고 기한(30일)이 남아있어 건수가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이미 월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거래량은 올해 들어 가장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9억원 초과 아파트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 9억∼12억원 매매 비중은 지난달 18.0%에서 이달 16.2%로, 12억∼15억원은 같은 기간 11.2%에서 9.9%로 감소했다. 15억원 초과의 매매 비중은 지난달 15.4%에서 이달 7.7%로 절반으로 떨어졌다.
9억원 초과 아파트의 매매건수가 줄어든 것은 시중은행이 대출을 제한한 영향이 크다. 19일 NH농협은행은 오는 11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과 축협의 집단 대출(부동산 단체 대출)도 당분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 이어 우리은행도 9월 말까지 전세 대출 중단을 20일 발표했고, SC제일은행도 일부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금융권에 강력한 대출 총량 관리 방안을 요구한 탓이다. 금융감독원은 제2 금융권에도 가계 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대출이 제한되면서, 대출을 받을 계획이 있거나 기존 대출 만기를 앞둔 차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대출제한 소식이 전해진 뒤 각 은행지점들에는 만기 연장이나 대출 승인이 막히지 않는지를 알기 위한 문의가 쏟아졌다. 특히 아파트 잔금 등을 내기 위해 대출을 하려했던 실수요자들의 불안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 아파트를 계약한 A씨는 “잔금일이 10월로 한참 남았는데, 대출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면서 “계약금을 날리고 이사 갈 집이 없어질까 걱정이다”라고 했다.
반면 6억∼9억원 구간의 매매 비중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6억∼9억원 매매 비중은 ▲4월 26.6% ▲5월 28.7% ▲6월 30.8% ▲7월 33.7% ▲8월 43.8%로 큰 폭으로 올랐다
6억∼9억원 구간의 매매 비중이 커진 것은 정부가 무주택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폭을 높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무주택자 LTV 우대폭을 10%포인트 높이고, 이가 적용되는 주택가격 기준도 완화했다. 투기과열지구가 기존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조정대상지역이 기존 5억원 이하에서 8억원 이하로 완화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거래량이 예년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축소됐다”면서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우대 정책 효과로 6억∼9억원 매물이 빠르게 소진됐고, 매도자들이 물건을 거둬들인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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