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낡디 낡은 이 동네를…" 공공조차 포기한 성북5구역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1.08.18 12:07 수정 2021.08.18 14:39
[땅집고] 서울 성북구 성북5구역 사업 개요. / 김리영 기자


[땅집고] 서울에서 대표적 낙후 지역으로 꼽히는 성북구 성북동 일대 성북5구역이 최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시범사업지에서 탈락하면서 또 한번 재개발 사업 추진에 실패했다. 작년 하반기 ‘공공재개발’ 탈락 이후 두번째다. 성북동 일대는 1종일반주거지역에 구릉지여서 아파트를 4층 이상 올릴 수 없다. 정부는 “고밀개발이 가능한 곳이 우선”이라며 성북 5구역 지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과거 오세훈 시장 시절 민간재개발에서 종상향을 받은 적이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소방차 진입도 힘든 언덕…2017년 일몰제로 정비구역서 해제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동 성북5구역. 지팡이를 든 노인이 경사가 심한 언덕길을 내려오다 넘어질 듯하자, 지나던 주민이 달려와 부축했다.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들어선 빌라들은 낡아서 벽체 곳곳에 금이 가 있었고, 도로는 차 한대 지나다니기도 힘들어 보였다. 한 주민은 “불이 나면 소방차가 드나들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땅집고] 소방차도 제대로 진입하기 힘든 좁고 경사진 골목으로 이뤄진 서울 성북구 성북5구역. /김리영 기자


성북5구역은 성북구 성북동 3-38 일대 재개발 구역이다. 원래 5구역은 성북3구역으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2011년 6월9일 성북3구역은 재개발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았다. 당시 4층 이하 주택만 지을 수 있는 1종 일반주거지역인 성북3구역을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용적률 180%를 적용, 지상 11층 850가구 규모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직전 정비사업구역에서 해제됐다. 2017년 11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뉴타운 출구전략’ 때문이었다. 당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더라도 주민 3분의1이 사업에 반대하고 찬성하는 주민이 50% 미만이면 2017년 12월31일까지 서울시 권한으로 정비사업구역을 직권해제할 수 있었다. 이미 성북3구역은 주민 75% 동의를 받아 관리처분인가를 눈앞에 뒀지만, 당시에는 주택 경기가 지금처럼 좋지 않았고 반대하는 주민이 더 나오면서 2017년 11월 찬성 48.7%, 반대 30%로 정비사업구역에서 해제됐다.

■ 공공재개발에 이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도 탈락

뉴타운 구역 해제 후,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다시 ‘성북5구역’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3구역으로 추진할 때는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받았던 것과 달리 정비구역 해제로 다시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돌아오면서 사업성 확보는 더 어려웠다.

결국 주민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개발로 방향을 틀어, 지난해 5·6 대책을 통해 정부가 도입한 공공재개발 사업을 신청했다. 성북5구역은 주민 동의 60.3%로 25개구 중 5위에 드는 동의율을 받아 공모했다. 하지만 그 사이 우후죽순 들어선 신축 빌라 때문에 노후도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건물의 동수 기준 노후도는 84%로 충분했지만 연면적 노후도가 44%로 당시 기준(전체 연면적의 3분의2) 미만에 그쳤다.

성북5구역은 최근 2·4대책 공공주도 정비사업 중 하나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에도 신청했지만 지난 3일 이마저도 탈락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종일반주거지역인 데다 구릉지여서 고밀개발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이번 시범사업 후보지에 선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땅집고] 서울 성북구 성북5구역 정비사업 추진 현황. /성북5구역 추진준비위


■ 주민들 “공공도 포기하면 어쩌란 말인가”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까지 어려워진 현재 남은 방법은 민간 개발뿐이다. 하지만 민간개발은 정부의 공공사업처럼 종상향 등 혜택이 보장되지 않아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땅집고] 서울 성북구 성북동 재개발 구역 노후 주택가. / 김리영 기자


5구역과 상황이 비슷한 성북2구역(1종전용주거지역)의 경우 주변 고밀개발 사업지인 신월곡1구역과 결합개발을 통해 용적률 일부(48.5%)를 넘겨주고 아파트 189가구를 교환하는 개발 방식을 진행하고 있다. 성곽이 포함된 성북2구역 땅에는 4층 이하 테라스하우스와 2층 단독주택 429가구만 들어선다. 반면 신월곡1구역에서 아파트 189가구를 받는다. 하지만 주민들은 성북5구역 조합원이 600여 명으로 2구역보다 100여명 더 많아 종상향 없이는 결합 개발로도 사업성을 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지 주민들은 성북5구역이 2018년 ‘골목길 재생사업구역’으로 지정된 탓에 공공개발 사업지 선정에서 연달아 탈락한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선정된 지역의 경우 원칙적으로 공공재개발 공모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모현숙 성북5구역 추진준비위원장은 “과거에는 종상향해 진행하기로 했던 곳이니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개발이 가능한 것 아니냐”며 “도시재생을 추진하려고 사업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성북5구역은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번이 완전한 탈락은 아니고 주민 동의율이 높고 사업 의지가 강하다면 사업 대상지로 추가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성북동 재개발 완전분석] 시리즈 더 보기(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연결됩니다.)
①'공공재개발' 성북1구역 투자시 2020년 9월21일 유념해야 하는 이유
②테라스하우스? 단독주택? 아파트?…입주권 고를 수 있는 성북2구역
③공공조차 우릴 포기하나요…연거푸 개발 무산 ‘성북5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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