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장사 잘 된대서 권리금 2억 줬는데…"이 매출액 가짜야?"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1.08.17 06:08 수정 2021.08.17 08:05


[땅집고] “권리금 2억원을 주고 가게를 인수했습니다. 권리금이 다소 비싸다고는 생각했지만, 매출자료를 기준으로 금액을 정했기 때문에 별 불만 없었죠. 그런데 막상 가게를 인수하고 보니 이 매출자료가 거짓으로 작성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권리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유동인구가 많아 매출 수요가 어느 정도 보장된 인기 상권에서 상가 임대차계약을 할 경우, ‘권리금’ 계약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권리금이란 상가 건물이 갖는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양도 또는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계약을 통해 새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건네게 되는데, 통상 매출자료를 기준으로 권리금 금액을 책정한다.

그런데 새 임차인이 상가를 인수해 영업을 개시하고 나니, 매출액이 기존 임차인이 주장했던 것보다 훨씬 적어 분쟁이 생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만약 권리금을 산정 당시 확인했던 매출자료가 거짓으로 작성됐다면, 새 임차인은 ‘권리금 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때 승소 비결은 기존 임차인이 제시했던 매출 자료가 허위였음을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다. 권리금 계약할 때는 민법의 기본 원칙인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거짓 없는 내용으로 계약이 이뤄져야 한다. 만약 기존 임차인이 ‘매출 부풀리기’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는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 요건에 해당한다.


실제로 매출을 부풀려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밝혀져 계약이 취소된 판례가 있다(서울고등법원 2012나15284). 서울 강남구의 한 상가에 점포를 내고 싶었던 A씨. 월 매출이 2300만원 정도 나오는 곳이라는 설명을 듣고, 기존 임차인인 B씨에게 권리금 2억4000만원을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막상 가게를 인수해 영업한 결과 월 평균 매출이 1300만원에 그쳤다. 알고 보니 B씨가 POS자료(컴퓨터 매출자료)를 허위로 작성해 매출을 뻥튀기한 것이었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권리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B씨는 당시 제시했던 POS자료가 허위가 아니었다고 맞섰다. 하지만 B씨가 가게를 넘기기 직전 7개월여 동안 POS시스템에 저장된 매출자료를 집계한 결과, 월 매출액이 1200만~1700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법원은 “B씨가 A씨게 허위 매출자료를 제시하면서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것은 기망행위로 인한 사기계약이며, 위법에 해당한다”라며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가 인정되므로 A씨는 권리금 2억4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라고 판결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부동산전문변호사는 “허위매출 자료로 인한 권리금 계약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계약서 작성시 ‘매출자료에 근거한 계약사항’이라는 내용의 문구를 표기해야 한다”라며 “또 허위매출 자료임을 밝힐 수 있는 전화·문자·카카오톡 등 자료를 제시하고, 양도인의 태도에 따라 내용증명 혹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두는 것도 좋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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