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사철이 가까워지면서 전세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집을 구하는 분들이 ‘전셋집이 나오면 바로 계약하겠다’면서 집을 보지도 않고 순번을 걸어 놓을 정도예요.”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6단지는 전체 아파트가 1만 가구에 달하지만 20~30평대 전셋집 매물은 30건 정도에 불과하다. 임대차3법 이후 4년간 세입자를 내보내거나 임대료를 높일 수 없게 된 집주인들이 전셋집 공급을 꺼리거나 호가를 대폭 높여 부르면서 전셋집이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2·4 주택 공급대책 이후 진정 기미를 보였던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이 다시 상승폭을 키우면서,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 재건축 이주·학군 수요로 서울 전셋집 씨가 말랐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은 최근 두 달 동안 매주 0.09∼0.17% 수준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4~5월쯤 0.02~0.03% 수준으로 안정되는가 싶더니, 6월 들어 매주 0.08∼0.10% 수준으로 오르며 반등, 7월 마지막 주에는 0.17% 로 올라 올해 최고 상승률을 경신한 것. 지난주는 0.16%로 전주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최근 서울 전세 불안은 재건축 이주와 학군 이주가 겹치면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서초구 주변의 재건축 이주 수요로 인해 서초구의 아파트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서 최근 두 달간(8주) 2.17% 올라 서울 평균(1.08%)의 2배를 웃돌았다. 동작구가 1.58%로 그 다음을 차지했고, 송파구(1.45%)와 양천구(1.43%), 노원구(1.31%), 강동구(1.18%) 등의 순이었다.
양천구는 4∼5월 전세금이 하락했으나 학군 이주가 시작된 7월 이후 상승률이 급등했다. 7월 3주∼8월 2주 0.24%, 0.29%, 0.28%, 0.24% 등으로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신시가지3단지 전용 122.35㎡의 경우 4층이 최근 보증금 12억원 최고가에 계약서를 쓰면서 이 주택형에 전세 물건이 하나도 없다. 양천구 목동 S 공인 대표는 “9월 개학 이후엔 전세에 좀 숨통이 트이겠지만, 10월부터는 가을 이사철 수요로 다시 전세 거래가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 매물 구하기가 워낙 어려워 현장에서는 집주인이 부르는 게 곧 값이 됐다. 그나마도 전셋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세입자들은 ‘전셋집이 나오는 대로 계약하겠다’면서 대기를 걸어두는 상황이다. 노원구의 S 공인 관계자는 “집을 둘러보는 사이 다른 사람이 계약할까 봐 한 시간이라도 빨리 계약금부터 보내겠다고 말하는 세입자가 다수”라며 “전세금은 부르는 게 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입주는 급감하는데 목동·대치·중계동 등 학군 수요까지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전세 시장은 앞으로도 쉽게 진정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세난 해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 3만864가구로, 작년(4만9411가구)보다 37.5% 적다.
여기에 하반기 입주 물량은 상반기보다 25.9% 적은 1만3141가구에 그치고, 내년 입주 물량도 2만463가구로 올해보다 33.7% 줄어들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 가을 이사철을 시작으로 중장기 공급 위축에 따른 전세 불안이 우려된다"며 "즉각적이고 획기적인 공급 확대 등 전세 안정을 위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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