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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저렴한 고급 브랜드?…산으로 가는 북가좌6구역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1.08.15 21:50
[땅집고]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 사업의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이 격해지고 있다. /장귀용 기자


[땅집고]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 사업의 시공권을 따지 위한 DL이앤씨와 롯데건설의 경쟁이 ‘하이엔드 브랜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시공사로 선정된다면 기존 브랜드보다 한 단계 높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양 측은 모두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고 나섰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건설사들이 고급 주거지에만 적용하겠다며 들고 나온 브랜드다. e편한세상을 쓰던 DL이앤씨는 하이엔드로 ‘아크로’를 적용한다. 롯데캐슬을 쓰던 롯데건설은 ‘르엘’을 상위 브랜드로 쓴다. 통상 건설사들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쓰는 단지에 대해서는 비싼 자재를 쓰고, 시공과 디자인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북가좌 6구역의 경우 두 건설사 모두 “공사비는 저렴하게”를 내세우며 하이엔드 브랜드를 사용하겠다며 조합원들은 설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가좌 6구역에 어떤 건설사가 시공권을 따더라도, 시공 품질은 고만고만 하고, ‘간판만 하이엔드급’으로 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최근 북가좌6구역 조합원들과 가진 설명회에서 “(고급 브랜드인) ‘아크로’를 적용하더라도 공사비를 증액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DL이앤씨가 북가좌6구역에 ‘아크로’ 브랜드 적용을 약속했지만, 조합원들은 ‘아크로’ 브랜드를 적용할 경우 공사비가 오를 것을 걱정해왔다. 현재 이 구역 공사비가 다른 ‘아크로’ 아파트 공사비에 비해 3.3㎡ 당 100만원 정도 낮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DL이앤씨는 아크로 브랜드를 쓰면서도 공사비를 증액하지 않겠다며 두번째 당근책을 조합에 제시했다.

[관련기사] 북가좌6구역에'아크로' 승부수…문제는 공사비 +1000억?

이렇게 되자 경쟁사인 롯데건설과 롯데건설 지지 조합원 측에서는 “DL이앤씨의 제안이 공사 품질 향상 없이 ‘간판’만 아크로로 바꿔 달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공사비가 그대로라면 품질도 그대로일텐데 브랜드만 ‘아크로’로 고치면 고급이 되느냐는 것.


[땅집고] DL이앤씨는 당초 제안서와 조합원 대상 설명회에서 '아크로'브랜드 적용 시 상품과 공사비가 변경된다고 했지만, 최근 공사비 증액없이 브랜드를 적용하겠다고 나섰다. 사진은 DL이앤씨가 조합원들에게 전달한 홍보책자. /장귀용 기자


DL이앤씨 측에서도 롯데건설의 고급 브랜드 ‘르엘’ 제안에 대해 똑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롯데건설이 ‘르엘’을 적용한 대안 설계 공사비는 DL이앤씨의 원래 제안했던 ‘드레브 372’보다도 저렴하다. 아무리 고급 브랜드를 적용한다고 해도 공사비가 저렴하다면 고급 아파트가 ‘간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롯데건설에서는 ‘드레브372’가 아크로보다 못한 브랜드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는데, 그보다 더 싸게 르엘을 적용하겠다는 롯데의 브랜드가치와 상품성은 어떻게 봐야하나”며 “롯데건설이 건설사 돈으로 아파트를 지어 줄 것이 아니라면 르엘 브랜드는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땅집고] DL이앤씨가 제안한 '드레브372'와 롯데건설의 '르엘'의 조합원 제공 품목 비교. /독자제공


북가좌6구역에서 나타나는 ‘상위 브랜드’ 갈등은 대형 건설사들의 재건축 수주전이 심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북가좌 6구역 재건축 사업은 북가좌동 372-1일대 노후 단독·다가구 주택을 헐고 아파트 1970가구를 짓는 것으로 공사비만 약 5000억원에 달해 올해 서울 재건축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힌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강남 고가 아파트에만 적용해왔던 ‘상위 브랜드’를 내주고서라도 수주하고 싶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대형 건설사들이 도입한 ‘상위 브랜드’ 전략이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위 브랜드를 단 단지는 고급 아파트 단지라는 인증을 받을 수 있지만, 일반 브랜드를 단 아파트는 ‘고급 아파트 단지가 아니다’는 인증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사를 수주하려면 상위 브랜드를 쓰겠다고 당근책을 제시해야 하고, 결국은 일반 브랜드와 상위 브랜드간의 별 차이가 없는 지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국내 아파트 브랜드 순위 1·2위를 다투는 GS건설과 삼성물산 각각 ‘자이’와 ‘래미안’ 외 다른 상위 브랜드를 쓰지는 않는다. GS건설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에 자신이 있으면 상위 브랜드를 만들어 무의미한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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