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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갖고 싶어요" 아파트 포기한 2030 빌라 매수 러시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1.08.15 21:46

[땅집고] 경기 고양시에 사는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최근 서울 외곽지역 빌라 매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 역이 지나거나, 전철을 이용해 도심 업무지구까지 약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역세권 위주에 지은 지 20년을 넘기지 않은 매물을 우선순위로 보고 있다. 최 씨는 “최근 아파트 전세금이 너무 올라 맞벌이를 해도 자금 마련이 어렵고, 당장 청약에 당첨되기도 쉽지 않다”며 “일단은 전세를 끼고 구입한 다음, 향후 돈이 마련되면 실거주도 할 수 있는 빌라를 찾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 서울의 빌라촌. /조선DB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된 단독·다가구, 다세대·연립 100가구 중 25가구는 20~30대 젊은 층이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마포구와 용산구, 양천구 등 도심 업무지역과 가까운 곳의 비(非)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빌라는 대개 아파트보다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거 수요가 많은 ‘똘똘한 한 채’는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무정부 상태가 된 주택시장에서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아파트 시장뿐 아니라 단독·빌라 시장까지 ‘패닉 바잉’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 2030 ‘똘똘한 빌라’ 매수 급증…마포·용산·양천에서 사들여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단독·다가구, 다세대·연립 월별 매입자 연령대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매매된 4만3444가구의 비아파트 중 20대 이하(3274가구)와 30대(7404가구)를 합한 수는 1만678가구로, 전체의 24.6%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19.5%)보다 5.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연령대별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20대 이하와 30대의 매수 비중은 각각 2%포인트, 3.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20대 이하와 30대의의 비아파트 매수 비중은 23.2%였다.

[땅집고] 연령대별 서울 비아파트 매입 비중. / 한국 부동산원, 다방


지역별로 20~30대 매수 비중이 큰 지역은 도심 업무지역과 가까운 마포구(35.4%)와 용산구(34.2%), 양천구(31.9%) 순이었다.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청과 종각, 을지로 등 도심 업무지를 오가기 쉽고,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의 대형 인프라 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이다. 강남권 출퇴근이 수월한 성동구(29.6%)와 강서구(29%), 서초구(28.5%) 등도 20~30대 빌라 매수 비중이 서울 평균보다 높았다.

빌라 자체 매수세도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 상반기 4만8298건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만9399건으로 39.1% 감소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 비아파트 매매는 전년보다 6.8% 증가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건수는 3594건을 기록했다. 아파트(3182건) 대비 400건 이상 많다. 실거래 신고 기한이 남아 있어 건수는 더 증가하겠지만 다세대·연립이나 아파트 거래 모두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비교한 것이어서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청약 대기수요, 새 임대차법에 전세금 폭등 원인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빌라 거래가 급증한 것은 3기 신도시 등 정부의 공급 대책에 대한 불신이 공고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지구에 사전청약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구 수가 워낙 적고 공공분양 위주로 일정 소득수준 이하의 계층에만 혜택이 돌아가 공급 문제 해소에 영향이 미미하단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180석 더불어민주당’이 통과시킨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신규 계약되는 전세금이 폭등하면서, 몇 년 뒤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 서민 실수요자들이 집을 구하기 불가능해진 점도 빌라 매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전세시장에는 기존 거래를 갱신한 전세금과 신규 전세금 사이에 격차가 벌어진 나머지 이중 삼중 가격이 형성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5건의 전세 거래가 이뤄졌는데, 2건은 보증금이 10억원대(10억원·10억5000만원), 2건은 5억원대(5억5천650만원·5억7750만원), 1건은 7억원대(7억3000만원)에 형성돼 가격 층위가 삼중으로 분화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올해 6월~7월 계약된 전세보증금 분포. / 이지은 기자


주택 중개 앱인 ‘다방’ 관계자는 “자금력이 부족한 주택 수요자들이 빌라 등 대체 주거상품을 매수한 것”이라며 “가격이나 실거주 여건이 불편하더라도 입지가 우수한 도심 인근 지역 비아파트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으로 공급된 아파트는 대부분이 소형 위주이고, 가점이 낮은 20~30대가 당첨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게다가 현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 수준으로 공급 대책 수준으론 기존 임대시장 및 매매시장에 가해지는 부하가 경감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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