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2·4대책으로 도입한 도심공공주택복합지구 후보지에서 주민들의 지정 철회 요구가 잇따르자 국토교통부가 사업 동의율을 높여 강행하기 위한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가 지난달 16일 입법예고한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에는 “사업지 내 국공유지의 경우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기관을 토지 소유주로 해 협의를 거쳐 동의 여부를 산정할 수 있고, 별도의 협의가 없는 경우 자동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공공주택복합지구 후보지 주민들은 이 조항이 찬성률을 높이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한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24개 자치장이 여당소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공유지의 의견이 사실상 ‘찬성표’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고, 국공유지 비율이 높은 도심공공개발에서는 사업 반대 측이 반대를 위한 토지면적 동의율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심공공개발은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2이상의 찬성과 함께 전체 토지면적의 50%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 토지등소유자는 보유 필지수에 상관없이 1개의 표로 본다.
실제로 강북구 ‘미아역 동측’의 경우 전체 사업구역 2만3037㎡ 중 도로가 차지하는 면적이 17%가 넘는다. 강북구청과 서울시 등이 각각 소유자로 등록돼 있다. 역시 도심공공개발 참여반대 의사를 밝힌 신길4구역도 전체 5만1901㎡ 중 서울시가 12.5%가 넘는 6522㎡의 도로를 소유하고 있다.
미아역 동측 LH 도심개발 반대 추진위 관계자는 “2·4대책 발표 후 정부와 LH가 실시한 설명회에서 국공유지를 제외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가, 이제 와서 찬성표와 토지면적이 적으니 법으로 꼼수를 만들어 사업을 강행하려 한다”면서 “주민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던 말이 거짓말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규정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이미 유사한 내용으로 국공유지의 표결합산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도심공공개발도 일종의 개발사업이기 때문에 따로 찬성표를 높이기 위해 조항을 도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심공공주택복합지구 사업에서 동의를 확보해 예비지구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반대 의견이 아무리 높아도 사업 지정 철회를 요구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토부는 ‘미아역 동측’ 구역 주민들로 이뤄진 비상대책위가 최근 도심공공주택 복합지구 후보지 철회를 요청하자 10일 “반대 의견 수렴은 예정지구 지정 이후에 정해진 양식과 절차에 따라 취합할 것”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비대위는 전체 380명(LH 추산) 가운데 36%인 137명의 반대표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예정지구 지정을 위한 동의율 요건(10%)이나 이 구역의 찬성 동의율(30% 수준)보다도 높지만 사실상 묵살된 셈이다.
후보지 철회를 주장하는 주민들은 “국토부가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부당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4대책으로 도입한 도심공공주택복합지구의 경우 예정지구로 지정된 이후 지구지정을 해제하려면 주민 50%의 동의서를 모아야 하는데, 예정지구 지정 전에도 반대 의견을 취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의만 할 수 있고, 반대를 할 수 없는 사업 진행 방식에 주민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미아역 동측’ 주민 A씨는 “예정지구 지정 전 찬성 의견을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면 동시에 반대 의견을 모으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며 “국토부의 방식대로라면 사업 찬성 동의를 모으는 과정에서 반대 주민들의 의견이 묵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대 측이 예정지구 이후에나 반대표를 모을 수 있는 것과 다르게 찬성 측에서는 예정지구 이전에도 국토부에서 인정한 양식으로 동의서를 받고 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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