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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자 0명?…'다자녀 특공' 이렇게까지 인기 없는 이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1.08.12 03:40

[땅집고] 최근 수도권에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특별공급 다자녀가구 유형 청약자수가 0명인 단지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지난 4월 한화건설이 경기 안산시에 분양한 ‘포레나 안산 고잔’. 총 82가구를 모집하는 일반분양 1순위 청약에 1586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 19.34대 1을 기록했고, 최고 경쟁률은 183.5대 1(72㎡)에 달했다. 반면 유독 청약자가 ‘제로(0)’였던 공급 유형이 있다. 바로 특별공급 ‘다자녀가구’ 유형이다. 59㎡B 7가구를 모집하는데 청약이 한 건도 없었다.

앞서 올 3월 GS건설이 수원시에 공급한 ‘북수원자이렉스비아’도 마찬가지였다. 일반공급 1순위에선 모든 주택형이 청약 마감했지만, 특별공급 다자녀가구 유형에선 총 12개 주택형 중 7개가 미달 사태를 빚었다. 특히 48㎡A, 48㎡B, 59㎡C의 경우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땅집고] 최근 3년간 특별공급 다자녀가구 배정 주택수 대비 당첨 가구수 현황. /이지은 기자


최근 수도권 새 아파트 청약 열기가 과열되고 있지만 다자녀 특별공급은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00대 1을 넘길 정도로 높은 반면 다자녀 특별공급은 청약자 한 명도 없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2020년 민영주택 특별공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다자녀가구 유형에 배정한 특별공급 주택은 총 1만9926가구인데, 당첨자는 5973명으로 전체 배정 물량의 30%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다자녀가구 청약 자격을 채운 수도권 예비청약자들이 경기·인천에 분양하는 아파트에 청약하는 대신 서울 새 아파트 청약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행 청약 제도상 자녀가 3명 이상이면서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면 특별공급 다자녀가구 유형으로 서울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들이 굳이 시세 차익이 낮은 경기·인천 단지에는 청약할 이유가 없다는 것.

[땅집고] 경기·인천 다자녀가구 청약 수요가 서울 새아파트에 쏠리면서, 경기·인천 단지들마다 특별공급 다자녀가구 유형 청약 미달을 겪고 있다. /이지은 기자


현재 서울에서 분양하는 단지라면 다자녀 특별공급으로 배정된 물량이 ▲서울특별시 2년 이상 계속 거주자 50% ▲서울특별시 2년 미만 거주자 및 경기·인천 거주자 50%로 나눠서 공급하고 있다. 경기도에선 ▲경기도 50% ▲서울·인천 50%, 인천은 ▲인천 50% ▲서울·경기 50%로 배정한다. 이런 구조 때문에 경기·인천 다자녀가구 청약 수요가 서울 새 아파트에 쏠리면서, 경기·인천에 분양하는 단지들마다 특별공급 다자녀가구 유형 미달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에 공급한 아파트에선 특별공급 다자녀가구 유형 경쟁률이 1순위 청약률 못지않게 높다. 지난 3월 서울 강동구에 분양한 ‘고덕강일제일풍경채’는 특별공급 다자녀가구에 총 59가구를 배정했는데, 1122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이 19대 1이었다. 특히 21가구를 모집하는 84㎡A 주택형에 당해지역(서울) 317명, 기타지역(경기·인천)이 319명이 각각 접수하기도 했다. 반면 이달 경기 포천에 분양한 ‘포천 리버포레 세영리첼’은 4개 주택형에서 총 43가구를 다자녀가구 물량으로 배정했는데, 청약자가 단 한 명 뿐이었다.

[땅집고] 경기 화성시 '봉담자이프라이드시티' 특별공급 다자녀가구 유형 주택형별 청약자 수. /이지은 기자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으로 풀리는 주택 면적이 좁은 것도 인기가 떨어지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다자녀가구라면 부모와 자녀 수(3명 이상)을 합해 식구가 최소 5명 이상인데, 이들이 살기에 59㎡는 물론이고 84㎡도 비좁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 통상 84㎡ 주택형의 경우 침실 3개 정도를 포함하기 때문에 자녀의 프라이버시 보장이 필요한 시기가 오면 방 개수도 모자라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경기 화성시에 공급한 ‘봉담자이 프라이드시티’ 다자녀가구 유형에서 주택형별 청약자가 ▲59㎡ 47가구에 3명 ▲84㎡ 56가구에 58명으로 차이가 컸다는 분석이다.

또 애초에 다자녀가구로 청약할 수 있는 국민 수 자체가 적은 데 비해 이들 계층에 배정된 주택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탓도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국가 인구 통계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자녀가 40%, 2자녀가 50%인 반면 3자녀 이상인 가구는 10%에 그친다”라며 “이 와중에 다자녀가구 청약자들이 서울 등 인기 지역으로 몰리니, 서울 경쟁률은 치솟고 그 외 비인기지역에선 미달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새 아파트 특별공급 제도를 청약자 수요에 맞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도권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특별공급 비중을 고집하면 이 같은 ‘수급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심형석 미국 IAU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가 가속화하고 있어 정부 입장에선 다자녀가구에게 주택 물량을 어느 정도 배정하는 당근책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자녀가구뿐 아니라 모든 가구가 수도권에 내 집 마련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기 때문에, 특별공급 주택 수급 구조를 손질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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