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약고 안고 사는 고덕신도시]③ LH는 “연내 이전 완료” 주장하지만…
[땅집고] “부대 이전과 관련한 계획이나 일정에 대해 들어본 적 없고, 이전을 준비하라는 지시도 전혀 없었다.”(경기 평택시 고덕신도시 내 알파탄약고 주둔부대 소속 미군)
경기도 평택시에 조성 중인 고덕국제화계획지구(이하 고덕신도시) 한복판 미군 탄약고 때문에 1만 명이 넘는 아파트 입주민이 매일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올해 말 이전이 완료될 것이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땅집고 취재 결과, 미군 측은 연내 이전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국방부 역시 “올해 안에 알파탄약고가 이전 완료한다는 계획은 없다”고 11일 밝혔다.
땅집고가 알파탄약고에서 만난 복수의 미군 부대원들은 “이전 계획에 대해 들어본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통상 부대를 이전하려면 이사 준비를 위해 최소한 6개월 전에는 계획을 알려준다. 올 연말 이전하려면 이미 준비에 들어갔어야 한다.
고덕신도시 사업시행자인 LH 는 3단계 조성 사업 준공을 2025년 말로 잡고 있다. 올해 말까지 미군 부대 이전이 완료되는 것을 전제로 한 계획이다. 탄약고 이전 부지인 평택시 서탄면 황구지리 일대 군사시설도 이달 내 준공할 예정이다.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전 시설 공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면서 “오는 24일쯤이면 준공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LH가 주장하는 올해 말 부대 이전은 아무 근거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땅집고 통화에서 “현재 미군과 협의 중이기는한데 구체적인 이전 일정은 확정된 바 없다”면서 “올해 내 이전도 확답할 수 없다”고 했다. 더구나 지난해 말 한국 정부와 주한미군은 전국적으로 12개 반환예정구역을 발표했는데, 2019년까지 반환 대상에 들어있던 알파탄약고는 이번에는 아예 제외됐다. 부대 이전이 완전 무산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알파탄약고로 불리는 미군부대는 앞서 1999년 수립된 주한미군기지 통폐합 연합토지관리계획(Land Partnership Plan)에 따라 당초 델타탄약고 등 인근 군부대와 함께 2008년 이전을 마칠 예정이었다. 2003년 2기 신도시로 지정된 고덕신도시는 미군 알파탄약고 이전과 부지 소유권을 우리 정부가 넘겨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계획했다.
하지만 평택 미군기지 이전이 지연되면서 알파탄약고 반환도 계속 연기됐고, 고덕신도시는 사업 부지 한복판에 탄약고를 남겨 놓은 채 아파트 입주를 시작했다.
알파탄약고가 이전하지 않으면 고덕신도시 전체 면적의 약 10%에 달하는 244만㎡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고덕신도시 3단계 조성 사업을 2025년까지 완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고 이미 입주한 1만 명의 주민들은 탄약고 옆에서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 실정이다.
당초 ‘기지를 이전하겠다’는 미군의 말만 믿고 토지를 확보하지도 않은 채로 신도시 사업을 밀어붙인 국토교통부와 LH뿐 아니라, 국방부와 평택시 역시 미군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2016년까지 부대가 이전할 것이라는 국토부와 LH 말을 믿고 황구지리에 이전 시설 공사를 진행했다”면서 “국방부와 미군이 이전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군 일각에서는 다른 인근 지역에 위치한 탄약고를 동시 이전하기 위해 미군이 일정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과 미국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미군은 부대 이전 비용 절감과 전략적인 편제 개편을 위해 경기 남부권 미군 부대 이전을 일괄적으로 진행하고 싶어한다”면서 “이 때문에 다른 부대의 이전 대상지 조성까지 완료된 후 알파탄약고 이전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평택=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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