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고덕신도시 한복판에…폭발물 가득 미군 탄약고가

뉴스 평택=장귀용 기자
입력 2021.08.10 03:32

[탄약고 안고 사는 고덕신도시] ① “하루하루 불안에 떨죠”…아파트 300m 옆은 다름 아닌 탄약고

[땅집고]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 내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포함된 학교시설(도로 아래쪽)과 3단계 조성사업 예정지(도로 위쪽). /독자 제공


[땅집고] “군 탄약고는 폭발 사고 우려도 있는데, 당연히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고덕신도시에는 이미 6000가구가 들어선 주택가 한복판에, 그것도 학교 부지에서 고작 300m 떨어진 곳에 폭발물을 가득 쌓아 놓은 창고가 있습니다. 주민 입장에선 하루하루가 불안할 수밖에 없지요.”(평택 고덕신도시 입주민 A씨)

지난 4일 경기도 평택시 전철 1호선 서정리역. 2번 출구를 나서자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 왕복 2차로 도로를 따라 불과 300m 정도 더 걸어가자 군부대가 나타났다. 미7군사령부와 예하 전투비행단 소속 부대다. 정확한 편제(編制)는 비밀이지만 평택시와 주민들은 이곳을 ‘알파탄약고’라고 부른다.

아파트와 탄약고가 공존하는 이곳은 경기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이하 고덕신도시)에서도 한복판이다. 고덕신도시는 평택시 서정동, 장당동, 고덕면 일대 1342만2000㎡에 5만9500가구(14만5000여명) 규모로 조성 중이다. 이미 고덕제일풍경채(1022가구)를 비롯한 아파트 15개 단지, 6400여가구에 주민 1만2000여명이 입주를 마쳤다. 올 하반기에도 대규모 입주가 이어질 예정이다.

[땅집고] 평택 고덕신도시는 이미 아파트 15개 단지, 6400여가구가 입주를 완료했다. 2023년에는 미군 알파탄약고와 우리나라 169연대와 불과 300m 떨어진 곳에 중학교가 개교할 예정이다. /네이버 위성지도


미군은 ‘알파탄약고’를 ‘오산 니아모’라고 부른다. 미7군사령부와 51전투비행단을 지원하는 부대로 전투기와 폭격기 등에 쓰이는 부품이나 탄약, 폭탄, 미사일 등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50년대 중반 창설됐다. 소총이나 기관총용 탄뿐만 아니라, 전투기와 폭격기에 쓰는 폭탄이 수만명이 사는 신도시 한가운데 쌓여 있는 셈이다.

알파탄약고는 미군의 부지 반환 계획에 따라 이전할 계획이었지만 계속 연기되면서 고덕신도시 한복판에 자리잡게 됐다. 당초 1999년 주한미군이 제안한 기지 통폐합 연합토지관리계획(Land Partnership Plan)에 따라 2008년 반환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2006년 반환대상 부대 발표 때 2016년 반환으로 일정이 바뀌었다. 2016년에는 다시 2019년으로 연기됐고, 2020년에는 아예 반환대상에서 제외돼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

[땅집고] 평택 고덕신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미군 알파탄약고. 원래 2016년까지 이전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기약없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장귀용 기자


부지 이전이 계속 연기되는 사이 탄약고 주변에는 고덕신도시가 들어섰다. 아파트 주변 도로에는 하루에도 수십차례씩 군용트럭이 탄약을 실어날랐다. 입주민들은 2016년 탄약고가 이전할 것이란 정부와 사업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말만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고덕신도시 내 ‘신안인스빌’ 아파트 입주민 C씨는 “군사시설이라고 하지만 사실 비밀도 없다. 아파트 거실에서 창문으로 내려다보면 탄약고가 훤히 보인다”면서 “거실에서 군용 트럭이 하루 몇대나 왔다갔다는지까지 다 알 수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주민들은 이 부대 안에 전투기·폭격기용 포탄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실제 어떤 유해·위험 물질이 있는지 모른다. 미군도, 우리 정부도 주민들에게 어떤 정보도 알려주지 않는다. 고덕신도시 주민 A씨는 “지금 초등학생인 아들이 3년 후면 중학생이 되는데 중학교가 탄약고에서 불과 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정부는 미군 결정만 바라보면서 기다리라고만 하고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땅집고] 고덕신도시 내 알파탄약고 위치. 고덕신도시에는 알파탄약고 외에도 우리나라 공군탄약고와 육군 169연대 등의 군부대가 있다. /장귀용 기자


신도시 주민들이 폭탄 창고를 옆에 두고 살게 된 이유는 국방부와 미군의 반환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LH가 밀어붙이기식 택지 개발을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LH는 한국 내 미군부대 반환 및 이전 협상이 시작될 무렵인 2006년 고덕신도시를 공공택지개발지구로 지정했다. 당시 미군부대 이전은 확정된 문서나 조약도 없는 상태에서 LH는 택지를 조성해 땅을 건설사에 팔았고, 분양과 입주까지 이뤄져 지금까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알파탄약고 이전을 기약할 수 없게 되면서 신도시 조성도 차질을 빚고 있다. 탄약고와 인근 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 행위를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사시설보호구역 면적만 244만여㎡로 신도시 전체 면적의 약 20%에 달한다. 결국 신도시 조성 3단계 사업은 삽도 뜨지 못한 채 무기 연기되고 있다. 고덕신도시 주민 B씨는 “상식적으로 신도시 아파트촌 한가운데 폭탄을 쌓아둔 창고가 있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더 한심한 것은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누구하나 책임지거나 문제를 해결할 사람도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평택=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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