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한강뷰’, ‘오션뷰’, ‘리버뷰’, ‘마운틴뷰’, ‘시티뷰’….
최근 주택 시장에서 아파트 상품성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로 조망권이 꼽힌다. 거실 창으로 어떤 ‘뷰’가 보이느냐에 따라 입주민들의 삶의 질이 갈리며, 이는 집값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강뷰’다. 집값이 비싼 서울에서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들은 부(富)의 상징처럼 여겨지곤 한다. 실제로 건설업계에선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가 일반 아파트보다 20~30% 정도 프리미엄을 받는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아파트가 우수한 조망권을 가질 수는 없는 법. 어떤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입주민들이 상상도 못 했던 광경이 거실 창을 통해 펼쳐지곤 한다. 혹은 조망이 탁월하다고 평가받았던 단지더라도, 인근 부지가 개발하면서 조망권을 뺏기는 등 ‘날벼락’을 맞은 사례도 수두룩하다.
땅집고가 전국에 있는 ‘별별 뷰’ 아파트를 정리해봤다.
■“이웃과 창문 열고 악수해도 되겠다”…딱 붙은 아파트 ‘콘크리트 뷰’
“아파트를 이렇게 딱 붙여서 짓다니, 정말 너무한 것 아닌가요?”
2005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 입주한 ‘해운대 비치베르빌’. 총 228가구로 소규모 아파트지만, 집 안에서 해운대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오션뷰’ 단지였다. 그런데 이 아파트 거실창 코 앞에 지상 23층 규모 주상복합 아파트인 ‘럭키 골든스위트’가 들어서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바다 조망권은 커녕 일조권까지 심각하게 침해당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앞 건물이랑 창문 열고 반찬 나눠먹어도 될 지경”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입주민들은 아파트 외벽에 주상복합 신축을 강력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까지 블사했지만, 현재 ‘럭키 골든스위트’는 준공 후 입주까지 마친 상태다. 두 단지 모두 상업지역에 짓는 건물이라 이처럼 ‘딱 붙여’ 짓어도 법적으로 제재할 방안이 없어서다. 현행 건축법 61조에 따르면 주거지역에 짓는 건축물은 일조 확보를 위해 ‘높이 제한’과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의 거리 제한’을 받지만, 상업지역에선 인접대지 경계선에서 단 50㎝만 띄워서 지으면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어 이 같은 불상사가 발생한 것. 실제로 전국 곳곳 상업지역마다 똑같은 비극을 겪고 있는 단지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13.25% 상승했다. 하지만 조망권을 잃어버린 ‘해운대 비치베르빌’ 집값은 오를 기미가 없다. 이 아파트 84㎡는 2018년 2월 4억4600만원 최고가에 팔린 후 지금까지 이 금액을 경신한 거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3억7800만원, 5월 3억9500만원에 팔리는 등 2년 전 보다 되레 낮은 금액에 팔리고 있는 추세다.
■“이건 ‘저 세상 뷰’냐”…거실창 열었더니 무덤이 빽빽
“거실 창을 열면 공동묘지가 보입니다. 이런 집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살며, 누굴 초대할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혐오시설 중 하나로 꼽히는 공동묘지를 끼고 지어진 아파트도 있다. 2012년 인천 서구 당하동에 입주한 ‘검단 힐스테이트 4차’다. 전체 588가구 중 70% 정도 주택에서 묘지가 보이고, 이 중 117가구는 공동묘지를 바로 마주보도록 지어졌다. 해당 공동묘지는 남양홍씨 가문이 보유한 종중묘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 ‘무덤뷰’ 아파트를 두고 “이건 ‘조상복합’ 아파트냐”, “아파트명을 ‘검단 힐스테이트 그레이브(grave·무덤)’으로 바꿔야겠다”는 등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묘지 뷰’를 확인한 입주민들은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에 사기 분양 책임이 있다며 강력 항의했다. 분양 당시 현대건설이 단지 주변에 묘지가 있다는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았으며, 일부 입주민들에게는 ‘아파트 서쪽에 가족묘가 있지만 1~2기 정도 안 보일 것’이라며 사실을 축소해 설명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아파트 계약서에 묘지가 있다고 분명히 적어둔 데다가, ‘계약자 확인사항’ 서류에 모든 입주자들로부터 서명을 받아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2010년 분양 당시 ‘검단 힐스테이트 4차’는 3순위 청약까지 받았지만 총 588가구 중 416가구가 미달을 겪으면서 인천의 대표적인 미분양 아파트로 남았다. 최고분양가가 107 ㎡ 기준 4억4000만원 정도였는데, 2020년까지도 3억원대 거래가 수두룩했다. 집값이 분양가를 밑도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하지만 서울 집값이 폭등 수준으로 올라 주거 수요가 인천 등 수도권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검단 힐스테이트 4차’ 실거래가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07 ㎡가 5억4000만원에 팔린 후 이달 호가가 6억5000만원까지 나와 있는 등, 현재는 집값이 분양가 대비 1억원 이상 오른 상태다.
■20억짜리 판교 아파트가 ‘옹벽뷰’라니…인명사고 우려 나와
지난 6월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입주한 ‘판교더샵퍼스트파크’. 10여동(棟)이 들어선 단지 삼면을 거대한 콘크리트 옹벽이 둘러싸고 있다. 좌우 폭이 300m에 높이가 최고 40m에 달하는데, 아파트와 불과 7~8m 정도 떨어져 있다. 옹벽 최고 높이가 후면부 동의 15층 높이와 맞먹는 바람에 저층 세대는 ‘옹벽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 아파트 옹벽이 법에 규정된 옹벽 설치 기준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행 산지관리법 시행규칙과 국토의계획 및 이용에관한 법률에 따르면 절토(땅을 깎는 작업)시 비탈면 수직 높이를 15m 이하로 하는 것이 원칙이며, 아파트 건물과 이웃한 옹벽은 수직 높이만큼 건물과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 지진이나 산사태 등 재해로 옹벽 붕괴 사고가 일어나면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어떻게 인허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판교더샵퍼스트파크’는 2017년 2월 인허가를 받았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였다. 시행사는 토지·공원·도로 일부를 성남시에 무상 기부하는 조건으로 용적률을 높이는 인센티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 대지면적은 5만2428㎡이고 용적률은 316%다. 그런데 비행기 운항과 관련해 고도제한이 있어, 이 고도제한을 피해 용적률을 높여 짓기 위해 땅을 깊게 파야 했던 것. 그런데 시행사가 토지를 매입한 직후인 2015년 9월쯤 이 땅의 용도지역이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되면서 용적률이 크게 높아진 데다가, 2018년 감사원 감사에선 해당 부지에 임대아파트가 아닌 분양아파트가 들어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아파트 84㎡는 지난 3월 16억 7830만원에 팔린 후 현재 호가가 20억원까지 올라 있다. 2017년 분양 당시 분양가가 8억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집값이 2배 이상 뛰어있는 것.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이야 집값이 올라서 좋겠지만 입주 이후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라며 “위험한 옹벽 때문에 자칫 사고라도 나면 인명 피해 가능성이 크고,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성남시·시행사·시공사·입주민 간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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