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그런데 당시 제출한 국민의힘 입당 원서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노출됐다. 바로 서울 서초구 서초4동에 있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아크로비스타’. 윤 전 총장은 전용면적 164㎡(공급면적 207.05㎡) 주택형에 산다.
재미난 사실은 아크로비스타가 과거 대한민국의 부패와 부실의 상징같았던 옛 삼풍백화점 터에 지어진 아파트라는 것. 삼풍백화점은 붕괴 사고로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고, 이후 지금의 건물로 새롭게 탄생했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의 현재 위치와 맞물려 묘한 해석을 낳는다는 시각도 있다.
윤 전 총장이 살고 있는 아크로비스타는 아내 김건희씨 명의로 돼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씨는 2006년 이 아파트를 개명 전 이름인 김명신 명의로 매입했다. 이후 2008년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해, 2010년 등기명의인 표시변경등기를 신청했다.
국토교통부에 가장 최근 신고된 아크로비스타 164㎡ 실거래가는 지난해 4월로 20억원이었다. 매매거래가 끊긴 지 1년 3개월쯤 된 셈이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대형인 데다가 전체 757가구 중 해당 주택형이 44가구에 불과해 거래가 뜸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나와 있는 매물도 전혀 없다. 김씨가 이 아파트를 매입한 2006년, 비슷한 주택형 161㎡가 18억원에 거래된 것과 최근 실거래가를 비교하면 약 16년 만에 집값이 불과 2억원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의 집보다 면적이 작은 149㎡(57평)의 경우 지난 7월 초 27억5000만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가 2019년 9월 19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집값이 약 2년 만에 8억5000만원 올랐다.
아크로비스타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붕괴 사고를 겪은 ‘삼풍백화점’이 있던 자리에 지었다. 지상 5층 규모였던 삼풍백화점은 1989년 문을 열었다. 당시 단일매장으로 전국 2위 규모였다. ‘백화점 건물은 흰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외관을 분홍색으로 도색해 화제를 끌었다.
하지만 삼풍백화점은 개점 6년 만인 1995년 6월 29일 무너졌다. 원래 4층으로 설계한 건물인데, 소유주인 삼풍건설산업이 1개 층을 더 올려 불법 시공한 탓이다. 삼풍건설산업은 당시 건축비를 아끼려고 건물을 지지하는 기둥 지름을 25% 이상 줄이거나, 몇몇 기둥은 아예 없애버렸다. 결국 건물 붕괴로 종업원과 고객 50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 937명이 부상했다.
서울시가 약 1년 동안 붕괴된 건물을 정리하고 1996년 부지를 공개 입찰했고, 대상그룹이 낙찰받았다. 대상그룹은 IMF 여파로 부지대금 2052억원을 마련하는 데 애를 먹었다가, 1999년 8월에야 대금을 완납하고 2001년 ‘아크로비스타’ 착공에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 간 부지라는 편견을 씻기 위해 착공 전 진혼제를 두 차례나 치른 것으로 전해진다. 시공은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이 맡았다. 2001년 4월 분양에 나섰으나 미분양이 발생해, 입주 1년을 앞둔 2003년이 되어서야 미분양분을 거의 소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크로비스타는 최고 36층 3개동 총757가구로 2004년 입주했다. 101~242㎡ 등 대형으로만 구성된 단지다. 지하철 2·3호선 교대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서울고등법원, 서울고등검찰청 맞은편에 있다. 학교는 서원초·원명초·반포고 등이 가깝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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