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新 랜드마크] ③해발 792m 바위 별장 ‘카사 도 페네도’
[땅집고] 포르투갈 북부 파페(Fafe) 산 중턱에는 석기시대 원시인들이 살 것 같은 바위집 한 채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엄연히 집 이름도 있다. ‘카사 도 페네도(Casa do Penedo)’. ‘돌의 집’이란 뜻이다. 누가 2600피트(약 792m) 고지에 바위집을 지은 걸까.
1972년 봄, 포르투갈 기마랑이스(Guimarães) 출신 엔지니어인 로드리게스(Rodrigues)는 가족과 함께 파페산으로 소풍을 떠났다. 자연 풍경을 즐기던 도중 비가 쏟아져 자동차 안에서 잠시 쉬는데, 그의 눈에 커다란 바위 4개가 들어왔다. 당시 유행하던 애니메이션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The Flinstones)에 등장하는 바위집에서 영감을 얻은 로드리게스는 이 바위들을 이용해 주말 별장용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만든 바위집이 카사 도 페네도가 됐다.
카사 도 페네도는 1972년 착공해 1974년 완공됐다. 둥글넙적한 큰 돌 네 개를 기둥으로 삼고, 돌과 돌 사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지었다. 유리로 된 창과 나무로 된 계단을 제외하면 집 외벽은 전부 돌이다. 건축가들로부터 “외벽이 화강암이어서 적어도 2970년까지는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자연석으로 만든 집이라 외관은 투박하지만 별장인 만큼 내부는 아늑하다. 방은 3칸인데 각 방 모서리가 전부 삐뚤다. 자연석을 뼈대삼아 짓다보니 일반 주택처럼 네모반듯한 방은 찾아볼 수 없다.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설치한 벽난로도 있다. 마당에는 바위 속을 파내서 만든 수영장도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오래 전 산속에 지은 탓에 전기를 끌어올 방법이 없어 밤에는 촛불을 켜고 지내야 한다.
카사 도 페네도는 포르투갈 국영방송에 단골로 등장하는 건축물이다. 워낙 기이한 외관 탓에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집’을 뽑는 온라인 투표에서 1위에 올랐던 적도 있다. 그런데 이 신기한 바위집을 보기 위해 한적했던 파페산에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문제가 생겼다. 바로 사생활 침해와 보안 문제다.
아버지에게 카사 도 페네도를 상속받은 아들 비토르 로드리게스는 2009년 한 외신 인터뷰에서 “첫째 아이가 태어난 후 11년동안 바위집에서 생활했지만, 외부인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늘 불안에 떨어야 했다”며 “바위집 창문은 20번 넘게 깨졌고, 거실 소파를 누군가 훔쳐가는 일도 있었다”고 호소했다. 집이 외딴 산속에 있어 강도와 반달리즘(문화유산이나 예술품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는 것.
비토르 로드리게스는 도둑질과 테러 위험을 막기 위해 방탄(防彈) 소재 현관문을 새로 달고 콘크리트와 유칼립투스 나무로 만든 350kg짜리 소파도 뒀다. 그럼에도 바위집이 너무 유명해진 탓에 외부인 무단 출입과 주택 훼손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바위집에 사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현재 카사 도 페네도는 로드리게스 가족의 별장 대신, 바위집의 역사가 담긴 사진과 유물을 전시하는 작은 박물관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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