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홍남기가 자신있게 말하던 '전세 갱신율 77%'의 비밀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1.07.26 14:12 수정 2021.07.26 15:06

[땅집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울 대표 아파트 100곳의 전세 계약 갱신율이 임대차 3법 시행 전 1년 평균 57.2%에서 올해 5월 현재 77.7%까지로 올랐다”며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제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홍 부총리의 주장이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비판한다.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시행 후 전세금이 수억원 급등하는 바람에 ‘전세 난민’이 속출했다. 게다가 계약갱신청구권이 무력화된 사례도 많아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땅집고] 2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대차 3법으로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식의 발언을 내놔 논란을 빚고 있다. /조선DB


■ 전세금 1년간 10% 이상 올라…거래량도 줄어

임대차법 시행 이후 1년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임차인은 혜택을 봤지만 새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급등한 전세금에 전세난민으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새 임대차법 도입 직전인 작년 6월 중순부터 올해 6월 중순까지 1년 동안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10.26% 상승했다. 이 기간 전세 상승률은 직전 1년(2.18%)과 비교하면 5배 수준이다. 연간 상승률 기준으로 보면 2011년(15.38%)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역을 서울로 한정시키면 전세금 상승률은 4배로 뛴다. 21일 조선일보가 서울 시내 2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89곳, 26만8520가구를 대상으로 임대차법 개정 직전인 작년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의 전세 실거래 최고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전세금이 평균 31.9%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최근 1년(2020년 6월~2021년 6월) 서울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4.97%)의 6배가 넘는 수치다.

서울 대표 아파트 100곳의 임대차 계약 갱신율이 법 시행 1년 전 평균 57.2%에서 시행 후 77.2%로 높아졌다는 것도 뒤집어 보면 신규 전세 물량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지난해 6월 1만2107건을 기록한 데 비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6990건에 그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계약 갱신을 통해 혜택을 누린 일부 임차인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전세 공급량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문제”라며 “시장에 전세 매물이 줄면서 가격이 크게 올라 결과적으로 주거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계약갱신청구권 실효성도 글쎄…계약갱신 거절 사유 광범위

전세 갱신 비율이 77%라고 하지만 실제 갱신권 행사 비율은 만기 도래 계약 중 4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77%는 세입자가 갱신권을 행사하지 않고 임대료를 5% 이상 올린 재계약도 포함된 숫자다. 같은 날 발표한 6월 임대차계약 신고 건수를 보면 6월 만기가 도래한 계약은 총 1만6883건이다. 이 중 계약을 갱신한 사례는 1만 3000건이었는데 8000건만 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 5000건은 계약을 갱신했지만 갱신권을 행사하지 않고 계약한 것. 계약 갱신권을 행사하지 않은 신고 건수와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은 신고 건수를 합하면 8883건으로 실제 계약갱신을 행사하지 않은 사례가 더 많다고 추정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임대차법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됐다고 해도 정부가 나서서 구제해주진 못한다는 점이다.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법은 민법의 특례법이라 당사자 간 갈등이 생겨도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소송을 해야한다. 소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데 드는 시간, 소송 비용 등을 감안하면 배상금이 크지 않다.

예컨대 갱신거절 직전 전세보증금이 5억원이었는데 집주인이 제3자를 세들여 보증금 7억원(40% 인상)을 받았다면 손해배상금은 최대 1000만원이다. 손해배상금은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3개월치(315만원), 새로운 새입자에게 얻은 환산월차임과 거절당시 환산월차임 차액 2년치(1000만원), 갱신거절로 세입자에게 발생한 중개보수·이사비 등 손해액(400만원) 중 큰 금액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려고 만든 제도인데 지금은 세입자가 다 알아서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며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위반한 집주인을 찾아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자녀 실거주의 경우 증여 여부를 조사하는 등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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