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제발, 그만"…세입자 열불나게 하는 홍남기 '셀프 칭찬'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1.07.22 03:46
[땅집고] 2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대차 3법으로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식의 발언을 내놔 논란을 빚고 있다. /조선DB


[땅집고] “서울 아파트 임차인 다수가 ‘임대차 3법’의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홍 부총리는 “전세 거래량이 평년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계약 갱신율이 크게 높아졌고, 갱신계약 10건 중 8건 정도는 5% 인상률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임차인 평균 거주기간이 임대차 3법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5년으로 늘어 주거 안정성은 그만큼 제고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홍 부총리의 주장이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비판한다.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시행 후 전세금이 수억원 급등하는 바람에 ‘전세 난민’이 속출하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심해져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전세금 격차가 벌어지는 ‘이중 가격’ 현상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극심한데도 애써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남기 “임대차 3법이 세입자 주거 안정에 기여했다”

[땅집고] 홍남기 부총리가 밝힌 서울 아파트 임대차계약 갱신률 추이. /이지은 기자


홍 부총리는 임대차 3법이 당초 도입 목표인 세입자 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두 가지 통계를 들었다. 첫째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임대차계약 갱신율이 법 시행 전(2019년 9월~2020년 8월) 평균 57.2%에서 올해 5월 77.7%까지 높아졌다는 것. 법 시행 직후 지난해 9월 갱신율은 58.2%였는데, 10월 66.1%를 찍은 후 올해 2월(71.6%) 이후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근거로 ‘전월세상한제’로 임대차 계약 10건 중 8건 꼴로 보증금 인상률이 5% 이하로 유지됐다는 통계를 들었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신고된 임대차계약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갱신계약 1만3000여건 중 약 1만건(76.5%)이 이전 임대료의 5% 내외 금액으로 체결됐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임차인 평균 거주기간이 법 시행 전 평균 3.5년에서 5년으로 늘고, 임차인의 주거안정성이 그만큼 제고됐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임대차 3법 도입 초기에 일부 혼선은 있었지만, 임대차신고제 자료를 토대로 볼 때 (법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으며 제도 도입의 목적인 임차인 거주기간 연장, 낮은 임대료 인상률 등이 확인됐다”라고 했다.

■전문가들 “임대차 3법 부작용 왜 무시하나…‘거짓 통계’ 멈춰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홍 부총리의 임대차 3법 평가는 ‘자화자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인상율 상한선을 법으로 강제했으니, 갱신율이 증가하고 임대료 인상율이 기존 대비 낮아지는 통계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결국 홍 부총리가 임대차 3법으로 인한 부작용은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땅집고]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보증금 추이. /이지은 기자


임대차 3법의 가장 큰 부작용은 전세보증금 폭등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2017~2020년까지만 해도 4억원대를 유지했는데, 올해 6월에는 6억2678만 원으로 뛰었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59㎡는 지난해 5월 6억1000만~6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올해 6월에는 9억원에 전세 계약 체결됐다. 일 년 만에 보증금이 2억5000만원 넘게 오른 것이다.

게다가 기존 전세계약을 갱신해 이보다 낮은 보증금에 전세계약했더라도, 2년 연장 기한이 끝나면 전세금이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서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전세금이 폭등한다면 임대차 3법의 핵심 목표인 ‘세입자 주거 안정’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같은 단지에 있는 같은 주택형이라도 전세금이 수억원씩 차이나는 ‘이중 가격’ 현장도 임대차 3법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전월세상한제로 보증금 인상률 5% 제한을 적용받는 주택과 이를 피한 주택의 전세금 격차 때문에 일시적으로 전세가격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땅집고]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심화한 것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조선DB


임대차 3법 이후 계약 갱신 과정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임대차계약과 관련한 분쟁 상담 건수가 올해 상반기(1~6월) 76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85건) 대비 3배로 늘었다.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는 대신 관리비를 높이거나, 추가로 월세를 받는 등 꼼수도 등장했다. 계약 갱신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세입자에게 위로금 수천만원을 주고 퇴거를 요청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실제로 홍 부총리도 역시 세입자를 낀 경기 의왕시 아파트를 9억2000만원에 매도하는 과정에서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자 이사비 명목의 위로금을 건네고 퇴거시켰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는 ‘거짓 통계’로 실패한 정책을 포장하는 행위를 멈춰야 할 것”이라며 “정말로 서민 주거 안정이 목표라면 지금이라도 실패한 정책은 인정하고 거둬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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