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한 도시형생활주택의 맨 꼭대기 층(7층)으로 이사한 A씨(33). 그는 이사한 날부터 밤중에 “웅~”하며 간헐적으로 뭔가가 울리는 듯한 소음이 들려오는 탓에 수차례 잠을 깨곤 했다. A씨는 소리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강풍이 부는 날에는 밤새 잠을 못 이룰 만큼 소음이 심했다. 불면증까지 얻은 A씨는 시공사 측에 연락을 취해 문제 원인 규명과 조치를 요구했다.
A씨가 시공사 ㈜천명토건 대표 등과 함께 확인한 결과, 문제의 소리는 옥상 난간의 공명음(共鳴音)으로 밝혀졌다. 강풍이 일정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불어오면 옥상 벽에 고정돼있는 알루미늄 난간이 흔들리고, 이때 발생한 소리가 세대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던 것. A씨는 “옥상에 직접 올라가서 난간에 충격을 가해본 결과, 아래 층에서 문제의 소음을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주택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오피스텔뿐만 아니라 일부 아파트 고층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다. 지난해 5월 입주한 이 단지는 현재까지도 온라인 입주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음 때문에 못 살겠다”는 민원이 일고 있다. 인천 가정지구 2블록에 위치한 ‘LH웨스턴블루힐’ 입주자들도 똑같은 불편을 호소했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평상시에는 괜찮다가도 강풍이 부는 날에는 철판이 울렁거리는 굉음이 난다”고 피해를 주장한다.
하지만 시공사나 하자 관리를 담당하는 분양·관리사무소 측은 이를 ‘원인불명’이라며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공사 측에서는 이를 하자로 판명하기에 모호하다는 점을 들어 조치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택법에서는 ‘하자’를 공사상 잘못으로 인해 균열·파손·침하·들뜸·누수 등이 발생해 건축물 또는 시설물의 안전·기능상 또는 미관상의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결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따르면 옥상 난간의 공명 소음으로 입는 피해는 하자 진단·판정을 통해 시공사에게 정당한 하자보수 조치를 요구를 할 수 없다는 것.
현실적으로 입주자가 시공사나 관리실에 하자에 대한 조치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없다면, 직접 조치를 취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입주민들은 “시공사가 피해를 방지할 적합한 조치나 대안을 마련해줘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현실적으로 이들이 단체행동 등을 통해 시공사 측에 압박을 가할 수 없어 직접 난간의 공명을 방지하는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난간에 구멍을 뚫어서 충전재를 채우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 예방 조치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명 소음 피해’가 부실한 설계와 마감재 작업이 불러낸 결과라고 지적한다. 건물 내부의 골바람을 차단하는 마감재 작업이 충분치 않거나, 음향 설계자들이 창이나 커튼월의 성능을 시험하는 목업테스트(Mock-up Test) 등 소리 공명 현상을 차단하는 절차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안형준 전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누수, 단열, 빛 차단 등 설계·마감 뿐만 아니라 음향 등 더욱 디테일한 측면에 있어서도 시공사들이 신경을 써야할 의무가 있다”며 “소음·진동관리법 상 시공사가 그러한 점에서 미비했다면 이후에라도 필요한 사항에 대한 조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했다.
공명 소음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자에 대한 기준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거의 발달로 인해 다양한 주거·하자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과거 하자 개념을 규정한 법 기준으로는 이러한 불편함을 예방·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안 교수는 “특히 공명 소음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큰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dB(데시벨)같은 획일적인 기준으로 판단 할 수 없다”며 “과거 하자를 바라보던 기준과 관점을 변화해 보다 폭 넓게 입주자를 보호할 필요성과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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