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단독] 개발 턱없는 그린벨트를…170명 31억 홀라당

뉴스 손희문 기자
입력 2021.07.15 03:22
[땅집고] 신청사 부지 확정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려있는 고양시청. /고양시


[땅집고]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고양시 신청사 개발 예정 부지 인근 임야를 두고 이른바 ‘기획부동산’ 업체가 조직적인 부동산 사기 행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땅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지금은 물론 이후에도 개발이 불가능하다.

땅집고 취재 결과, 기획부동산 업체가 지난해 하반기 해당 토지를 6억2000만원에 사들여, 2~3개월에 걸쳐 170여명에게 매입가보다 5배 비싼 31억여원에 팔아 넘긴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기획부동산은 이 같은 수법으로 25억원대 차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부지는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산 ○○번지로 1필지이며, 면적은 1만9240㎡(약 5800여평)로 지목은 임야다.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170여명이 지분을 나눠 소유 중이다. 땅 위치는 고양시 신청사 예정 부지로부터 2㎞ 정도 떨어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있다. 구분 소유자들의 지분은 최소 33㎡부터 최대 495㎡, 지분당 매입금액은 53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에 달한다.

[땅집고] 3기신도시 중 하나인 경기도 고양시 창릉신도시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조선DB


이 땅은 지난해 10월 15일 부동산 법인인 A사와 B사가 절반씩 나누어 매입했다. 매입 가격은 3.3㎡(1평)당 10만6528원이다. 두 업체는 이후 지분을 쪼개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매입가보다 5배 비싼 평당 53만원을 받고 170여명에게 공유 지분 형태로 되팔았다. 땅을 매입한 170여명의 주소지는 강원, 경남, 전남 등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미국과 중국에 주소를 둔 소유자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획부동산 업체가 벌이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과 똑같다”고 했다.

[땅집고] 땅집고가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산○○'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기획부동산은 이 필지를 작게는 10평(33㎡)부터 150평(495㎡) 등의 단위로 잘게 쪼개어 파는 공유 지분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손희문 기자


두 업체가 토지를 매입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29일.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3기신도시 창릉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을 확정 발표하기 직전이다. 당시 창릉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에는 ▲고양선(고양시청∼은평 새절역) ▲대곡∼고양시청∼식사간 신교통수단(트램)이 포함됐는데, 두 사업에 모두 고양시청역이 신설된다.

두 업체는 창릉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 발표 두 달전인 작년 10월 중순 이 땅을 매입한 뒤 11월부터 분할해 팔기 시작했다. 덕양구 주교동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거래된 토지 148건 중 86%(127건)가 ‘주교동 산 ○○번지’에 대한 지분 공유 거래였다.

[땅집고] 기획부동산이 팔아넘긴 토지는 고양시 신청사 예정 부지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다. /손희문 기자


문제는 ‘주교동 산 ○○번지’가 사실상 개발 가능성이 없다는 것. 이 땅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데다, 필지 중앙에 묘지가 있다. 경사도 역시 심한 산자락 땅이다. 주교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 땅은 신청사 부지에서 직선거리 2km 정도 떨어져 있다”면서 “위치나 입지, 경사도 등을 고려했을 때 개발 계획조차 수립되기 어려운 외딴 섬 같은 곳"이라고 했다.

땅집고는 두 업체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처를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A사 전직 임원은 땅집고와 전화 통화를 통해 “해당 회사는 다단계와 점조직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작업(토지판매)이 끝나면 금새 없어져 자취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흔히 기획부동산이 파는 그린벨트 지분 거래의 경우, 매수자가 토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지 못하고 거래한 뒤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기획부동산 업체가 단순히 개발계획만 앞세워 활용가치가 없는 땅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말을 믿고 투자하면 투자금을 몽땅 날릴 수 있다”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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