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여기 빌딩 지으면 얼마 남을까?' 수익률 척척 알려준다

뉴스 이상빈 조선비즈 기자
입력 2021.07.13 03:06

[프롭테크 유망기업] 토지개발 수익률 자동으로 척척 알려주는 ‘스페이스워크’

[땅집고]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 /스페이스워크 제공


[땅집고] “개인이 어떤 토지를 개발하려면 인근 땅값은 얼마인지, 주변 월세는 얼마나 나오는지를 일일이 알아보러 다녀야 했죠. 하지만 ‘랜드북’을 이용하면 검색창에 주소나 건물 이름만 검색하면 됩니다.”

프롭테크(proptech) 스타트업 스페이스워크가 만든 ‘랜드북’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클릭 몇 번이면 토지 개발에 따른 수익률을 분석해 주는 건축설계 자동화 플랫폼이다. 검색창에 주소나 건물 이름만 입력하면 해당 토지 면적과 지목, 용도지역, 건물 연면적, 주요 용도, 규모, 노후 정도, 층별 현황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랜드북의 AI는 해당 필지의 규제나 제약 사항을 파악해 자동으로 신축할 건물 도면을 그리고, 그에 맞는 예상 수익률까지 계산한다. 토지 매입비나 건축비 등을 개별적으로 조정해 시뮬레이션할 수도 있다.

[땅집고] 랜드북에서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주변을 검색한 화면. /랜드북 홈페이지 캡처


랜드북을 서비스하는 조성현 스페이스워크 대표는 “랜드북을 이용하면 중소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성 분석 보고서를 순식간에 작성할 수 있다는 입소문에 고객들 반응이 좋다”고 했다. 이를 인정받아 KB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우미건설, 직방 등으로부터 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기도 했다.

-랜드북은 어떤 목적으로 개발하게 됐나.
“현재 재건축이나 소규모 개발 사업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 국내에서 400억원 이상 토지거래는 연간 150건에 불과하지만 50억원 이하 토지 거래는 65만건에 달한다. 1000억원대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은 전문가를 써서 사업성 평가와 건축설계를 맡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단독주택이나 꼬마빌딩 같은 중소형 부동산 개발에선 이같은 도움을 받기 쉽지 않다. 넓은 땅에 비해 수익률이 크지 않아 컨설팅 업체도 수익성 분석을 꺼린다.

랜드북은 전문가 도움을 받기 어려운 중소형 부동산 개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건축·도시 법규, 도시계획 변동 공고는 물론 사용자의 예상 토지가격까지 빅데이터로 모아 이를 학습한 AI가 가치를 평가한다. 검색창에 주소를 입력하면 그 토지를 분석해 토지 시세와 최대 용적률, 개발 후 예상 수익까지 알려준다.”

-어떤 원리로 수익성과 사업성을 분석하나.
“AI가 개발 대상 토지 주변 거래 사례를 모아 입지 가치를 분석하고, 땅 자체가 지닌 용적률과 건폐율, 일조권 사선 제한, 주차대수 등 규제 사항을 기반으로 설계했을 때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평면을 찾아낸다.

그동안 토지 평가가 땅에 대한 담보가치를 봤다면 랜드북은 이 땅을 개발했을 때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예측하는 것이다. 딥러닝 계열 AI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 개발과 관련해 신속한 사업성 평가가 가능해졌다.”

[땅집고] 지난 5월 스페이스워크가 출시한 '랜드북 가로주택' 화면. /스페이스워크


-AI를 이용한 설계 자동화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빌드잇’ 서비스를 만든 텐일레븐이 현대건설, 호반건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해외에서는 오토데스크가 노르웨이의 ‘스페이스 메이커’를 2억4000만달러(약 27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오토데스크는 건축가들이 설계할 때 쓰는 오토캐드(AutoCAD)로 잘 알려져 있다. 스페이스메이커는 AI를 통해 지형, 지도, 바람, 조명, 교통, 구역 설정 등을 고려해 도시와 건물 설계안을 뽑아낼 수 있다.

구글 가족 회사인 사이드워크랩스도 ‘델브(Delve)’라는 설계 자동화 툴을 만들었다. AI를 이용해 몇 분 만에 수백만개 도시개발 설계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한다.”

-경쟁사와 차별화 포인트는.
“랜드북은 설계 자동화뿐 아니라 개발 사업성 평가까지 해주는 플랫폼이다. 사업성을 평가하려면 두가지 요소를 알아야 한다. 건축설계를 통해 수익성이 극대화되는 설계 평면을 뽑아야 하고, 그렇게 개발한 건물의 정확한 가치가 얼마나 될지도 추정해야 한다.

AI를 통한 건축 설계는 어느 정도 정답이 있다. 면적당 단가를 최대화하는 규칙을 맞추고, 여러 변수를 입력하고 학습해 정확도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가격 추정 엔진은 정답이 없다. 아무리 고도화된 AI엔진도 1년 뒤 삼성전자 주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확도를 얼마나 높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폐암진단 솔루션이 어떨 때는 맞고, 어떨 때는 틀리면 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없다. 최근 랜드북의 AI기술을 ‘유전(진화) 알고리즘’ 방식에서 ‘심층 강화학습’ 방식으로 재구성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기술은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에 사용된 기술이다.”

[땅집고] 랜드북 가로주택에 쓰이는 랜드북 디벨로퍼 엔진. /스페이스워크


-랜드북 외에 다른 서비스도 개발했다는데.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위해 ‘랜드북 가로주택’ 솔루션을 지난 5월 공개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부지 1만㎡ 미만 지역에 공동주택을 새로 짓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이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랜드북 사용자들로부터 자신들의 동네가 정비사업을 할만한 사업성이 있는지 문의가 많이 왔다. 랜드북과 마찬가지로 사업 대상지 토지와 건축물 데이터, 인접도로 현황, 소유자 정보 등을 종합해 정비사업 추진 여부를 자동으로 판별한다.

AI 기술 바탕으로 스마트팜 솔루션도 테스트하고 있다. 지난해 텐센트 주관 ‘세계농업인지능대회’에서 3강에 들었다. AI로 스마트팜을 구성해 토마토 재배를 누가 잘하는지 겨루는 대회였는데, 전년에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올해 말엔 구독형 리포트 형태로 랜드북 플랫폼이 고도화될 예정이다.” /이상빈 조선비즈 기자

■필자인 이상빈 조선비즈 기자는…
2017~2019년 종합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에서 근무했던 프롭테크 전문 기자다. ‘프롭테크’ 개념을 국내 언론에 본격적으로 소개했다. 최근 국내·외 프롭테크 주요 업체 대표들을 만나 인터뷰한 ‘부동산의 미래: 프롭테크 ‘(쌤앤파커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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