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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가능해?!"…현실엔 없을 법한 기이한 아파트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1.07.11 10:41

[다시 보는 新랜드마크] ‘아파트는 성냥갑’ 편견 없앤 싱가포르 ‘인터레이스’

[땅집고] '아파트는 성냥갑'이라는 편견을 깨는 싱가포르의 '인터레이스'. 젠가 블록을 쌓은 것 같다. /kevouthere


[땅집고] ‘틀에 박힌 성냥갑 건물’. 우리나라 아파트를 비판할 때 자주 쓰는 문구다. 외관 디자인이 네모 박스형으로 천편일률적이라서 나온 말이다. 건설업계에선 한정된 부지에 최대한 많은 주택과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건물이 박스형 아파트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말 아파트는 ‘성냥갑’ 형태로밖에 지을 수 없는 걸까.

싱가포르에 잇는 ‘인터레이스(Interlace)’는 우리나라 아파트와는 달리 블록을 쌓아 올린듯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성냥갑 건물로 만든 기존 아파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파괴한 것. 독특한 외관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아 2015년 세계건축박람회에서 ‘올해의 건축물(Building of the Year)’ 우승작으로 뽑히기도 했다.

[땅집고]'인터레이스'를 설계한 독일 건축가 올레 스히렌(Ole Scheeren). /the straits times


인터레이스는 독일 건축가인 올레 스히렌(Ole Scheeren)이 설계했다. 중국중앙방송(CCTV) 베이징 본사를 디자인해 유명세를 탔다. 그는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세 번째로 높은 싱가포르 주택 문제를 해결하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아파트를 설계하려고 했다. 특히 입주민이 함께 쓸 수 있는 공원이나 스포츠시설 같은 단지 내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수직 고립’ 상태의 현대 아파트 구조를 ‘수평 교류’ 구조로 전환해 공동체 가치를 회복하고 싶었다”고 했다.

[땅집고] '인터레이스' 설계 구조 다이어그램. /pinterest


그에게 영감을 준 것은 블록 쌓기 놀이인 젠가(Jenga)다. 젠가는 직육면체 블록를 쌓아 탑을 만든 뒤, 각 블록을 한 개씩 빼서 맨 위에 다시 쌓는 것을 반복하는 게임이다. 실제로 인터레이스 외관은 젠가 블록을 대각선으로 엇갈려 쌓은 것처럼 생겼다.

인터레이스는 17만㎡(약 5만11400평) 부지에 최고 25층(88.7m), 총 1040가구다. 2007년 착공해 2013년 완공했다. 6층 높이로 만든 건물 블록 31개를 쌓아 올린 형태로 지어졌다. 각 블록은 가로 70.5m, 세로 22m에 높이 16.5m다. 각 블록 양 끝은 육각형 ‘메인 코어(Main Core)’ 2개를 포함한다. 블록끼리 겹치면서 생기는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치한 프레임이다. 통상 싱가포르에서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하는 50~60등급보다 견고한 80등급 고성능 콘크리트로 만들었다. 이는 초대형 비행기인 에어버스 A380 10개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한 것이다.

[땅집고] 건물 블록이 겹치면서 생기는 빈 공간에는 수영장, 공원 등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했다. /archdaily


입주민들이 공유하는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은 각각의 건물 블록이 대각선으로 겹치면서 발생하는 빈 공간에 조성했다. 먼저 1층에는 팔각형 공용 공간 8개가 있는데, 공간마다 정원·수영장 등 각기 다른 시설이 들어섰다. 건물 꼭대기의 여유 공간에는 미니 정원·야외 헬스장·바비큐 파티장 등이 있다.

[땅집고] 현재 싱가포르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등록돼있는 '인터레이스' 매물 내부. /SRX


주택형은 어떨까. 침실 2개를 포함하는 75㎡(약 23평)에서 침실 4개짜리 230㎡(약 70평)까지 다양하다. 싱가포르의 부동산중개법인 SRX프로퍼티에 따르면 올 6월 이 아파트 75㎡(22평)가 122만 싱가포르달러(이하 달러·약 10억3400만원)에 거래됐다. 이와 비슷한 주택형 월세 계약은 지난 5월 3100달러(263만원·침실2개)에 체결됐다.

[땅집고] 우리나라에선 '인터레이스'처럼 독특한 형태의 아파트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the architectural review


우리나라에도 인터레이스처럼 독특한 외관을 한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쉽지 않다고 본다.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는 “다양한 기교가 적용된 건축물을 지으려면 설계·공사비가 최소 두세 배 더 들어가기 마련”이라며 “국내 아파트 시장은 소비자보다 공급자 시각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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