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남부의 인구 밀집지역인 관악구가 주택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관악구 곳곳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관악구 주요 지역을 남북으로 연결하며 열악한 교통환경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가 높은 경전철 신림선은 내년 상반기 개통을 앞두고 있다.
관악구는 도로 교통이 열악하고 낡은 주택이 많고, 소규모 다세대·아파트가 뒤섞인 난개발로 인해 그동안 주거지로서 선호도가 낮았다. 하지만 위치만 볼 때 지하철 2호선으로 강남과 바로 연결되는 지역이다. 정비사업을 통해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 수요도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땅집고는 관악구의 주요 개발 지역의 현황과 개발 전망을 시리즈로 분석한다.
[관악구의 변신] ③서부선 타고 10분이면 여의도…철거 돌입한 봉천동 재개발 구역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일대는 몇몇 대단지 아파트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노후한 빌라가 빽빽하게 모인 곳이다. 경사가 가파르고 도로가 좁아 이동이 쉽지 않고 재래시장 등을 제외하면 변변한 마트 등 쇼핑 시설이 없다. 가장 가까운 전철역은 지하철 2호선 봉천역, 또는 서울대입구역으로 주택가에서 버스로 10여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추진 중인 서부선 경전철 사업은 봉천동 입지를 크게 개선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서부선 경전철은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출발해 봉천동 구암초등학교역을 거쳐 노량진역,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광흥창, 신촌, 연세대, 은평구 새절역으로 이어지는 16km 길이 노선이다. 2028년 개통할 예정으로 지난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서부선 경전철 신설역은 ‘봉천4-1-2구역’과 ‘4-1-3구역’ 사이에 있는 구암초등학교 앞에 놓인다. 현재 구암초 앞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역까지 이동하려면 버스를 2번 갈아타고 40분 간 이동해야 한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2호선 봉천역까지도 걸어서 25분, 버스로 10여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경전철이 놓이면 서울 북부 은평구까지 20분 이내에 오갈 수 있을 전망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역까지는 10여 분, 신촌역까지는 20분대면 이동 가능해진다.
◇ 봉천동 4개 구역 총 4000가구 개발…‘봉천4-2-1구역’ 철거 돌입
서울 관악구 봉천동 재개발은 총 6구역에서 추진 중이다. 봉천 12-1구역과 12-2구역은 각각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1·2차로 재정비돼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입주했다. 남은 사업지들은 현재 들어서 있는 대단지 아파트 사이에 놓여 마치 퍼즐이 완성되는 듯한 입지다. 개발이 완료하면 주변 아파트인 ‘관악드림타운(3544가구)’, ‘벽산(2105가구)’ 등과 함께 약 1만 가구 규모 주거 타운이 조성된다.
봉천동 재개발 중 아직 사업이 진행 중인 구역은 총 4곳, 약 4000가구 규모다. 이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봉천 4-1-2구역’이다. 2019년 7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이다. 구암초등학교를 사이에 두고 남측에 있는 봉천 4-1-3구역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사업시행인가를 추진 중이다.
‘봉천 4-1-2구역’은 재개발 전매제한 규제를 피해 현재 조합원 매물 거래가 가능하다. 총 9개 동에 28층, 977가구 규모로 입주할 예정이다. 봉천동 A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4-1-2구역’의 조합원 분양가는 59㎡ 기준 약 4억8000만원, 84㎡ 기준 약 6억2000만원으로 웃돈은 6억원~7억원 정도 붙어있다.
전철2호선 봉천역에서 80m 떨어진 ‘봉천13구역’은 올 초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13구역 조합 관계자는 “현재 주민들에게 사업자 지정(LH) 동의서를 받고 있고 이미 동의율은 67%를 넘겼다”며 “연내 사업시행자를 지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7호선 숭실대입구역으로부터 800m 떨어진 봉천 14구역은 향후 13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조성될 예정으로 남아있는 사업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현재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로 사업이 초기 단계다.
◇ 동작구 상도동 84㎡ 15억원…“봉천동 재개발 단지, 동작구 집값 따라잡을 것”
봉천동 재개발 사업지 4곳은 봉천동 북측 경계에 위치했다. 사업지에서 북측으로 500m 거리에 동작구 상도동 ‘힐스테이트 상도 센트럴파크(2012년 9월 입주)’, 1km 거리에 ‘상도역롯데캐슬파크엘(2021년 2월 입주)’ 등 신축 단지들이 있다. 이 아파트들은 현재 84㎡ 기준 실거래 가격이 15억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봉천동 재개발 사업지에 가장 큰 호재인 서부선 경전철이 놓이고 봉천동 재개발 사업이 모두 완료하면 새 단지들이 동작구 상도동의 이 아파트들과 어깨를 견줄 것으로 기대한다.
봉천동에서 현재 최고가 아파트는 신축 단지인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1·2차’다. 이 아파트 전용 59㎡는 11억7500만원(7층)에, 84㎡는 지난 4월 14억5000만원(17층)에 각각 팔렸다. 하지만 이 단지는 주변부가 대부분 노후 빌라촌으로 둘러싸여있다. 이와 달리 봉천동 재개발 구역은 약 1만여 가구 아파트 타운으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봉천동 재개발이 끝나면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보다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신축이 아닌 아파트들 중에는 지난 3월 ‘관악드림타운(동아)’ 59㎡가 8억1000원(26층)에, 84㎡는 지난 5월 11억2000만원(15층)에 각각 거래된 바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봉천동 재개발 지역은 현재는 전철역도 멀고, 노후한 주택가에 불과하지만 재개발이 완성하고 경전철까지 놓이게 되면 기존 아파트들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입지가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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