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권리금 1억원 주고 점포를 인수했어요. 그런데 권리금을 받은 기존 업주가 바로 옆에 똑같은 업종의 가게를 차렸습니다. 이건 상도덕에 어긋나는 행위 아닌가요. 장사를 못하게 하거나,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는 없는 걸까요.”
전 세입자가 새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받고 퇴거한 후, 인근에 같은 업종 가게를 차리는 바람에 갈등을 빚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적지 않은 권리금을 주고 가게를 인수한 새 세입자 입장에선 부도덕한 일이자, 큰 손해를 본 것이라고 느낄 수 있다.
권리금이란 상가 건물의 새 임차인이 영업 시설·노하우 등에 대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해 기존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금전적인 대가다. 권리금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유명 대형 상권의 경우 수억원까지 붙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이 같은 분쟁을 막으려면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인근에 동종 업종 개업을 막는 ‘경업금지의무’ 조항을 넣으라고 조언한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만약 ‘경업금지의무’ 표기 없이 권리금 계약만 하게 되면 기존 세입자가 근처에 동일한 가게를 열어도 된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로 상가 권리금 계약서에 경업금지의무 문구를 삽입하지 않아 피해를 입은 판례가 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5가합34826). A씨는 2010~2014년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상가에서 미용실을 운영했다. 새 세입자 B씨는 A씨가 쓰던 미용실 비품 등 시설 일체를 7700만원에 인수하는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인이 A씨에게 반환해야 하는 보증금 3300만원도 대신 지급하기로 했다. 즉 B씨가 A씨에게 상가 양수대금으로 총 1억1000만원을 지불한 것이다.
그런데 점포를 뺀 A씨가 기존 미용실에서 불과 390m 떨어진 곳에 새 미용실을 차리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B씨는 “A씨가 권리금까지 받고 미용실을 넘겼으니, 동일 지역에서 미용실을 개업하는 것은 상법에 어긋난다”며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기존 세입자인 A씨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경업금지의무가 적용되는 권리금 계약이 되려면 단순한 집기·시설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영업’ 자체를 양도한 것이어야 한다”며 “B씨의 경우 A씨가 고용하던 직원 4명의 근로관계를 승계하지 않았고, 미용물품 등 거래처도 인수하지 않았기때문에 해당 미용실의 영업을 양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엄 변호사는 “권리금 양수도계약을 맺은 후 양도인이 인근에 동종 업종 가게를 열지 못하도록 하려면, 권리금 양도계약서에 경업금지의무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 영업 양도를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며 “그래야 영업금지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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