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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들여 고작 2분 단축…황당한 'S자 고속철도'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1.07.07 07:27 수정 2021.07.07 13:02
[땅집고]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무안국제공항 경유를 위한 무안국제공항역 공사가 지난 6월 시작됐다. /전라남도


[뉴스포인트] “혈세를 2조원 넘게 투입해서 고속화를 한다는데, 광주~목포 이동 시간은 겨우 2분 줄어듭니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 노선이 무안공항을 경유하도록 하겠다는 대통령 공약 때문이죠.” (철도전문가 A씨)

대전에서 출발해 광주광역시를 거쳐 목포까지 이어지는 ‘호남고속철도’는 대전~광주를 잇는 1단계와 광주~목포를 잇는 2단계로 나뉘어 추진됐습니다. 1단계(대전~광주) 구간에는 이미 고속철도가 다니고 있지만 2단계인 광주~목포 구간은 열차만 고속철도(KTX)일 뿐 실제로는 ‘저속철’입니다. 이 구간을 고속화하는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으로 호남 지역의 최대 숙원 사업으로 꼽힙니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은 2조700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해 12월 시공사를 선정했고, 올해 초 착공했습니다. 하지만, 공사를 시작하고서도 설계부터 잘못된 예산 낭비 사업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2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공사를 하지만, 기존 호남선에 비해 시간 단축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2006년 처음 수립된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은 당초 고속선을 신설해 광주와 목포를 거의 직선으로 연결하는 계획이었습니다. 이후 나주를 경유하기로 하면서 기존선로를 고속화하기로 했고 사업비는 7799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렇게 하면 목포-광주송정 간 소요시간이 26분36초로 기존 호남선 대비 10분 정도 줄어든다는 계산이 있었습니다.

[땅집고]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은 광주와 나주, 목포를 연결하는 안이 추진됐지만 2017년 정치권의 합의로 무안공항 경유하는 것으로 노선이 변경되면서 예산이 3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조선DB


하지만 현재 공사 중인 호남고속철도 2단계 노선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S자’ 형태로 휘어 있습니다. 직선으로 가면 쉽게 갈 길을 구태여 구불구불 돌아갑니다. 비용대비편익조사에서 B/C 0.47을 받을 만큼 경제성이 떨어지는 노선이 채택된 것은 2007년 개항한 무안 국제공항을 경유하도록 중간에 노선이 변경됐기 때문입니다.

비용과 비효율 문제로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반대했음에도 지역 정치인들이 무안공항 이용객을 늘리겠다며 밀어붙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당선을 위해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이후 2017년 11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의하면서 노선이 바뀌게 됐습니다.

무안공항 직결을 위한 S자 고속선의 사업비는 2조3330억원으로 기존 대비 3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예상 연간 운영비도 122억원에서 294억원으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렇게 목포에서 무안공항을 경유할 경우 광주(송정)까지 예상 소요시간은 약 33분24초로, 기존 호남선에 비해 2분 밖에 단축되지 않습니다. 이용요금도 무안공항 경유노선이 원안에 비해 2000원 가량 비쌉니다. 사실 공사를 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이처럼 노선이 돌아가게 된 주된 이유는 고속철도가 무안공항을 지나가야 하고, 그렇게 되면 무안공항 이용자가 늘어난다는 논리였습니다. 무안공항은 지방 공항 중에서도 이용자가 거의 없는 대표적인 ‘유령공항’으로 2007년 11월 개항한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고속철도를 연결한다고 해서 무안공항 이용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망상’에 가깝다고 보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광주광역시나 나주, 목포 등에서 서울을 갈 때 구태여 고속철도를 타고 무안으로 이동해 서울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일단 고속철도를 타면 계속 타고 이동해 서울로 가는 것이 이동 시간, 요금, 도착 후 이동 편의성 면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요금이 비싼 고속선 직결이 이용객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폐선한 인천공항행 KTX에서 이미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땅집고]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안 비교. 현재 추진 중인 무안공항 경유안은 원안에 비해 3배 이상의 예산이 소모되는데 반해 소요시간은 더 길다. /장귀용 기자


국가철도공단과 전라남도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 고속철도역(이하 무안공항역) 신설공사는 지난 6월 말 착공했습니다. 철도 업계에서는 호남고속철도 무안공항 경유노선이 개통 후에 경제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 황당한 S자 고속철도를 놓는데 쓸 1조5000억원을 다른데 쓰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이겠지요.

정치인들이 개입해 국가기반사업이 어처구니 없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이미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동남권 신공항 사업을 난데없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뒤집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공항으로 표를 사려는 일종의 매표행위였습니다. 철도 업계 관계자는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도 결국은 정치권 나서는 바람에 시간과 경제성 면에서 지역 주민들이 모두 손해를 보는 대표적인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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