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 이슈 인터뷰] ③오승록 노원구청장 “집값 안정화 정책에 더 이상 노원구 희생은 안돼”
[땅집고] 땅집고는 부동산·교통·지역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장 연쇄 인터뷰를 시작한다. 세번째 인터뷰 대상자로 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을 만났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 구청장은 연세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시의회 재선 시의원 출신으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노원구청장에 당선됐다.
오 구청장은 땅집고와 가진 인터뷰에서 “노원구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은 절박하다”며 “정부의 집값 안정 정책에 노원구가 희생돼선 안 되고 재건축을 통해 충분히 주택 공급을 확대해 부동산 시장에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30년 넘은 아파트가 39개 단지, 총 5만9000가구로 서울에서 가장 많다. 오 구청장은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노원구 재건축이 정말 시급한 상황인가.
“아주 절박한 심정이다. 재건축을 못하면 노원구는 공동화(空洞化) 현상, 말 그대로 시내가 텅 비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노원구는 지난 10년간 1년에 1만명씩 인구가 줄고 있다. 서울에서도 가장 많은 인구가 빠져나갔다. 주 원인이 바로 노후 주거환경이다. 재건축이 지금처럼 꽉 막혀있다면 노원구는 희망이 없다.
노원구엔 30년이 넘는 노후 아파트가 서울에서 가장 많고 2030년이면 130개 단지로 크게 늘어난다. 지금도 13개 단지, 2만 8000가구의 LH아파트는 소방과 단열이 취약하고 층간소음 등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밤마다 주차 전쟁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최근 오세훈 시장이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를 통한 부동산 공급 확대 의지를 밝히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결국 재건축 관건은 안전진단 통과가 아닌가.
“2018년 개정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5개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배점이 가장 높은 것이 구조 안전성이다. 구조가 취약하지 않는 한 사실상 재건축 추진이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주민 삶에 불편을 주는 것은 부족한 주차 공간이나 수도관 녹물 등 주거환경이다.
합리적인 재건축 추진을 위해서는 평가 항목별 배점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구조 안정성과 주거환경, 건축마감 설비, 비용분석으로 이루어진 항목별 기준 점수 가중치에서 주거환경 부분의 점수를 높게 반영하고, 구조안전과 건축설비 가중치를 현행보다 다소 낮추면 합리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릉골프장 택지 개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당시 정부 발표는 충격적이었다. 태릉골프장 부지 83만㎡에 1만 가구를 건설할 경우 닭장과 같은 매우 심각한 고밀도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거주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 뻔하다. 그래서 공급대책 발표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노원구는 현재도 전체 주택의 80%가 아파트 밀집지역인데 추가로 1만 가구를 짓는 것은 주민 반발이 크니 가구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여의도 공원 면적 만큼의 녹지공간 확보, 교통난 해소대책 등이 마련되어야 주민들이 공감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대통령께 서한문을 보냈다.
이 사업은 자치구에 어떠한 권한도 없고 더구나 특별법에 의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반대만 한다고 반대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대로 놔두면 정부가 짓고 싶은 대로 지을 것이다. 지역 국회의원과 합심해 국토부에 건의도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도, 국토부에서 어떠한 회신이 온 것도 없다. 다만, 국토부도 여의도 공원 보다 넓은 면적의 녹지 공간 확보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앞으로도 노원구민에게 충분한 혜택이 제공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적극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창동차량기지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 부지는 노원구의 미래를 책임질 개발지역으로 꼽힌다.
“노원구는 베드타운이어서 창동차량기지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 부지가 이전을 마치면 일자리 유치를 원하는 주민들이 많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가장 높은 분야로는 자동차·반도체·바이오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서울 도심 내에 자동차·반도체 연관 산업이 들어서기는 어렵고 바이오 단지는 충분히 가능하다. 마침 서울대병원에서도 병원 이전 후보지를 찾는 과정에서 창동차량기지 부지에 관심이 생겨서 저희와 지난해 MOU(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병원 내에서도 내부 협의를 어느 정도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병원과 연구기관, 기업이 융합연구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메디컬단지로 거듭날 것이다. 8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세훈 시장은 선거 공약으로 해당 부지에 돔 야구장과 복합 쇼핑몰 개발을 제안했는데.
“취임 전 오 시장이 이곳에 돔구장, 복합쇼핑몰을 언급한 것은 아마 예전부터 강북에 대형쇼핑몰, 대규모 체육관이 부족하고 그에 대한 강북 주민들의 욕구가 크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부분을 저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저 역시 이곳에 바이오단지 유치 쪽으로 가닥을 잡기 전까지 대형쇼핑몰을 고려했었다. 하지만 노원이 자족도시로 발돋움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그것도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사업이 필요하다. 강남북 균형발전을 강조한 오 시장도 서울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판단을 해 줄 것이라 믿고 있다.”
-상계~왕십리를 잇는 동북선 경전철이 2025년 개통을 목표로 현재 공사 중이다.
“동북선 경전철은 노원구 상계역에서 성동구 왕십리역을 잇는 노선이다. 정거장 16개로 13.4km를 30분만에 주파한다. 노원구에는 총 7개역이 들어선다. 상계역 4호선과 하계역 7호선, 월계역 1호선과 환승이 가능하고 또 서울 대표적인 학군지인 은행사거리도 지나기 때문에 주민 기대가 크다. 그 동안 강북은 강남에 비해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교통 인프라 확충에서 계속 밀려났다. 지하철역 숫자를 보면 강남구가 33개, 송파구가 29개, 노원구가 16개로 인구 수는 비슷하나 지하철역 숫자부터 강북과 강남은 크게 차이난다. 동북선 경전철은 강북·강남 교통 인프라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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