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경기 고양시 능곡2·5구역 주택 재개발이 지난 2년여간 이어진 고양시와의 법적 다툼을 일단락했다. 고양시가 이들 구역에 대한 사업시행인가 불허가 위법하다는 법원의 1심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심을 지난 29일 취하하기로 하면서 조합의 승소가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따라 두 구역을 합쳐 5400여 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두 지역은 경기 서북부 교통 핵심지로 떠오르는 대곡역과 가까운 능곡뉴타운 핵심 사업지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고양시 일대를 대표하는 주거단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은 지난 5월 24일 고양시 능곡 2재개발 조합이 고양시를 상대로 낸 사업 시행계획 인가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고양시가 ‘이주대책이 미비하다’를 이유로 사업시행인가를 거부한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이주 대책이 구체적으로 보이는데도 고양시는 재개발 인가를 거부했으며 이는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올해 초 능곡5구역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고양시는 당초 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이후 법원과 행정심판위원회가 잇따라 조합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지난 29일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련 항소심을 모두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양시 재정비관리과 관계자는 “지난 23일 5구역에 대한 항소 취하서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고, 2구역은 2심 판결이 열리는 때쯤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능곡2·5구역의 승소가 확정될 전망이다.
능곡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승소를 환영하는 동시에 고양시의 무리한 사업 방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능곡2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이재준 고양시장은 시 조례에도 없는 내용의 임대비율 충족과 무리한 세입자 대책을 앞세워 능곡 지역의 개발을 가로막았고, 주민들은 법적 분쟁으로만 2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 이재준 고양시장(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계 시의원들과 함께 재개발 구역을 해지하기 위해 초법적 행정을 시도해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토지 등 소유자의 100분의 30 이상이 정비구역 등의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에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윤용석 고양시의원(더불어민주당)의 발의로 ‘토지면적 30%의 동의로 해제신청 가능(국공유지 제외)’, ‘시장이 언제든지 사업성 검토 목적으로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는 김서현 의원 등 4명의 시의원들의 반대로 철회됐지만, 능곡 주민들은 이를 두고 “이재준 시장은 막무가내식 독단행정을 그만하라”고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능곡 주민들은 여전히 이재준 고양시장의 고양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행정소송에 패소했어도 시장이 교체되고 나서야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늑장·독단 행정’이라는 능곡 주민들의 비판에 대해 시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진상 고양시 재정비관리과 재정비2팀장은 “인허가는 당해 관계법령 및 기준에 적합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2019~2020년 당시 사업시행인가 및 건축심의 관련사항을 통과해도 현 시점에서는 기존 협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업기본계획 등 경과규정을 확인해 재심사할 수밖에 없다. 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원활하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유 팀장은 “시 입장에서는 지난해 4월 거부처분 당시 세입자들의 이주대책이 미비하다고 판단해 거부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당시 충분한 법률 검토를 했었고, 행정소송시 법원에서도 사안에 대해 변론·소명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다만 조합과의 소송에서 패소하며 행정심판 재결이 결정됐고, 법무부의 지휘에 따라 2심에서 다퉈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고양시는 입장에서는 이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 서북부 교통의 핵 대곡역 일대에 5400가구 들어선다
능곡뉴타운 사업은 고양시 내에서 낙후하고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악명이 높은 일대 주거 환경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가 높다. 현재 능곡동 일대는 곧 무너질 듯한 빌라들 사이로 곳곳에 폐점한 상가와 노후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능곡동에서 30년 이상을 거주한 한 주민은 “고양군(郡) 시절에 지어진 빌라와 주변 동네는 노후도가 워낙 심하고 더러워서 기피지역으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능곡 2구역은 지상36층 25개동 총 2933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으로, 능곡뉴타운 중 사업 규모가 가장 크다. 2019년 3월 고양시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으나 고양시는 지난해 4월 이주대책 미비 등을 이유로 사업시행인가를 거부했고, 이에 조합은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능곡5구역은 재개발을 통해 총 2575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능곡역이 가장 가깝고 근처에 초·중·고교가 모두 위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8년 6월 건축심의를 통과해 2018년 4분기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고양시가 인가를 거부해왔다.
더구나 능곡뉴타운 일대는 경기 서북부의 핵심 전철역으로 부상한 대곡역을 끼고 있는 지역으로 최근 몸값이 더 높아진 상태다. 대곡역은 현재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이 지나는데, 여기에 향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노선과 교외선(능곡~의정부), 대소선(대곡~소사 연장선·서해선대곡·소사선이 추진되면 앞으로 5개 노선이 다니게 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곡역 일대는 주요 전철 5개 노선뿐 아니라 자유로와 제2자유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서울-문산 고속도로 등 차도가 연결돼 있고 고양 창릉신도시를 비롯한 주변 개발도 활발해 경기 서북부 중심지가 될 만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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