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후분양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시공을 맡는 건설업계의 수익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후분양은 대개 조합이 공사비를 시공사로부터 대여해 부담하고, 공정률이 60%를 넘긴 후 분양이 돼야만 수익을 올려 갚는 구조다. 공사비 회수가 늦어지는 만큼 건설업체의 금융 비용이 늘고 공사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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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을 수주 이후 3년간 60억원에 달하는 금융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 이 아파트 시공권을 수주하면서 1019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시공사 자금으로 감당하고 후분양 후 대금을 받도록 계약했기 때문이다. 조합이 일반분양 수익 확보를 위해 후분양을 선호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포스코건설 입장에서는 공사를 따낸 것은 좋지만 수익이 크게 줄어들 처지다. 대출 금리를 2%로 가정할 경우 공사기간 3년 간 발생하는 이자만 60억원에 달한다.
후분양에 따른 이자는 조합이 부담하는 대신 공사비 증액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사례도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6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 수주 당시 회사채기준 금리에 0.25%의 추가금리를 조건으로 약 8000억원의 공사비를 대여했다. 후분양으로 발생하는 이자비는 조합이 부담하지만 물가 상승 등의 요인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단서로 달았다. 올 11월 이주가 완료되면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데 철근과 콘크리트 등 원자재 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 이 비용을 삼성물산이 감당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이 부담해야할 금융부담이 적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많은 단지들이 후분양을 채택하면 금융 부담이 갈수록 커지게 된다. 결국 지출은 늘어나는데 수익을 얻는 시점은 예상보다 더 늦춰지면서, 건설사의 수익구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더구나 올해 들어 문재인 정부의 새 아파트 가격 통제 정책이 더욱 강화하면서 후분양을 선택하는 아파트 단지들은 점점 늘고 있다. 선분양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지만 후분양은 이를 피할 수 있어 분양가를 더 높일 수 있어서다.
건설사들 입장에서도 조합의 후분양 요구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인허를 받은 사업장이 줄어들어,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에 따라 후분양을 둘러싼 분쟁도 발생한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22일 조합 측에 선분양 방식을 채택해줄 것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최근 조합 내부에서 후분양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자, 이를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둔촌주공은 공사비가 3조2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자비용을 부담해야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이렇게 건설사가 후분양 방식을 대놓고 거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 경쟁이 치열한 현재로써는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조합의 입맛에 맞는 후분양 제안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또 후분양을 거부한다는 자체가 건설업체의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낳을 수 있어 선뜻 나서서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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