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GTX-C노선 중 삼성역~양재역 구간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를 통과할지, 양재천으로 우회해 개포동 일대 아파트 지하를 지나갈 것인지가 관심사였는데, 현대건설 측이 은마아파트 지하 관통 노선을 제안한 것. 은마아파트 측은 추후 재건축 공사 차질과 입주민 안전이 우려된다며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반면, 개포주공 5~7단지 등 개포동 일대 주민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GTX-C노선은 경기 양주 덕정역에서 서울 삼성역을 거쳐 수원역까지 남북으로 관통하는 74.8㎞ 노선이다. 기본 ▲수원역 ▲금정역 ▲정부과천청사역 ▲양재역 ▲삼성역 ▲청량리역 ▲광운대역 ▲창동역 ▲의정부역 ▲덕정역 등 10개역에 현대건설이 추가 제안한 왕십리역·인덕원역이 정차역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선 GTX-C노선 중 삼성역~양재역 구간이 어떻게 계획될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당초 국토부 발표 노선은 양재역을 출발해 남부순환로를 따라 직진하다가 영동대로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노선이 직각으로 꺾이는 형태였다. 이 직각 코너에 은마아파트가 있어 열차가 단지 지하를 통과할 수밖에 없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국토부와 건설사 상대로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민원을 내고 시위도 벌여왔다. 삼성역~양재역 구간을 양재천으로 우회해 달라는 것.
하지만 노선을 양재천으로 우회할 경우 열차가 강남구 개포동 일대 지하를 지나게 된다. 이 때문에 은마아파트에 이어 개포동 아파트 입주민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개포동에는 GTX-C가 정차하지 않아 노선 개통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어 양재천 우회 노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4월 개포주공5·6·7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조합과 입주자대표회의는 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 측에 ‘GTX-C 삼성역~양재역 간 지질조사에 관한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 재건축 시공권을 볼모로 각 건설사에 GTX-C노선 사업 불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합은 이 공문에서 “GTX-C노선이 개포동 일대 지하를 관통할 경우 양전초·개원중 등 수천 명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이 우려된다”며 “귀 컨소시엄이 GTX-C노선 사업에 참여한다면 개포 5·6·7단지 재건축 사업에 참여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으로 알고, 개포동 재건축 사업장들과 연대해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항의할 예정이다. (재건축 사업) 주요 시공자, 혹은 시공 예정자로서 올바른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라고 경고했다.
GTX-C노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을 국토부 원안대로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어차피 은마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은 삼성물산과 GS건설이 공동으로 갖고 있어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수주전이 남아있는 개포주공5~7단지 측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대건설이 개포동 일대에서 이미 ‘디에이치 아너힐즈’, ‘개포 디에이치 자이’,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등 3개 재건축 사업을 수주해 분양까지 마친 만큼, 나머지 5~7단지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측 제안을 확인한 개포동 일대 주민들은 안도하고 있지만, 은마아파트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GTX-C노선은 은마아파트 재건축 예상 착공시기보다 빠른 2022년 착공할 예정”이라며 “추후 안전 문제 때문에 사업시행인가를 못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와 현대건설 측에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집단 민원과 시위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삼성역~양재역 구간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악의를 가지고 설계한 것이 아니다. 애초에 열차가 양재천으로 우회하면 사업성이 안 나온다”며 “해당 구간을 양재천 우회 방식으로 제안했던 GS건설이 3개 컨소시엄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했다”고 했다. 그는 또 “서울에선 지하철이 단지 밑을 관통하는 아파트가 수두룩하다”면서 “GTX-C노선은 일반 지하철보다 깊은 지하 50m 이상 대심도로 건설해 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더라도 추후 재건축 사업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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