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입주 반년 만에 4억 폭등…새 아파트 전셋집도 금값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1.06.21 03:19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지난 15일 입주를 시작한 ‘디에이치 라클라스’ 아파트. 현재 전용 84㎡ 전세 매물 호가가 20억~21억원에 달한다. 올 초만 해도 16억원선에 계약됐지만 반년도 안 돼 4억원 이상 급등했다. 인근 ‘반포자이’ 아파트 동일 주택형 시세(18억원)보다 2억원 정도 높다. 그나마 전체 848가구 중 전세 매물은 20여개에 불과하다. 홍현숙 114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집주인 중 잔금 치를 여력이 없는 몇몇 빼고는 전부 직접 입주해 매물이 기존 아파트만큼 귀하다”며 “새 아파트 입주 때 저렴한 전세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옛날 얘기”라고 말했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반포라클라스 아파트. /네이버지도


최근 서울·수도권에서 새 아파트 전세금이 뛰고 있다. 전셋집 찾기가 워낙 어려워진 데다, 새 아파트는 임대차3법 시행과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 탓에 전세 매물이 더 귀해져서다. 이렇다보니 새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인근 아파트 전세금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끌어올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 ‘새 아파트 입주 → 전세금 하락’은 옛말

반포동에서 3년 전 ‘반포래미안아이파크’와 ‘반포써밋’이 입주할 당시 전용 84㎡ 전세금은 11억5000만원이었다. 두 아파트는 입주 시점에 9억5000만원선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다. 두 단지가 입주하면서 주변 아파트 전세금이 일시적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새 아파트 입주 시점에 실거주하지 않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대거 내놔 일시적으로 전세 공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6월 반포동 ‘디에이치 라클라스’ 입주 시점에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디에이치 라클라스’ 주변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16억~18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는데 현재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나와있는 전세 매물 호가는 17억~18억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초구 전세 상승률 역시 지난달 첫째주 평균 0.01%에서 점차 상승폭을 확대해 지난 7일 기준 0.39% 급등했다.

[땅집고] 올 5~6월 서울 서초구 전세금 상승률. /한국부동산원


수도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입주 아파트 가운데 전세금이 주변 시세를 크게 웃도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0일 입주를 시작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1223가구) 전용 84㎡는 입주를 앞두고 전세금 시세가 최고 8억~12원까지 올랐다. 주변 단지인 판교동 ‘모아미래도’(7억~8억원), ‘한림풀에버’(7억6000만~9억3000만원)보다 최고 3억원 높다.

경기 의왕시에서 이달 31일 입주하는 ‘의왕 더샵 캐슬’(941가구) 전용 84㎡ 전세 호가는 5억2000~8억5000만원이다. 주변 전세 시세(3억8000만~4억8000만원)를 뛰어넘는다.

■ 실거주 의무가 전세금 상승 부추겨

최근 새 아파트 전세금이 급등한 이유는 서울과 수도권 전체적으로 전세 매물 자체가 워낙 귀하기 때문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의 경우 입주 아파트가 지난해 4만가구에서 올해 2만가구로 반토막난 데다, 지난해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계약 갱신 사례가 늘면서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셋집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정부 규제도 문제다. 2017년 발표한 8·2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에서 1가구 1주택자가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2년 실거주해야 한다. 게다가 임대차3법 때문에 한번 임대료를 낮게 책정하면 4년간 손해를 본다고 생각해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더라도 일단 높게 부르고 보는 것이다.

이달부터 반포동 일대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더해지며 이 지역 전세난이 점차 주변 지역으로 빠르게 번져나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의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이 여파로 동작구 ‘이수 푸르지오 더프레티움’ 전용 84㎡ 전세금은 올 초 10억~11억원에서 현재 14억원까지 치솟았다. 사당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가구)가 이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엔 전셋집 찾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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