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 2·4대책에서 첫 도입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1차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에서 토지소유자가 아닌 외부인이 추진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주민 동의를 받은 후 사업 신청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적법성 논란을 빚고 있다.
현행 법상 민간 재개발 사업에서는 적법하게 승인받은 추진위만 주민 동의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도심 공공주택 복합지구는 올해 첫 도입한 제도로 현재 주민 동의와 관련한 근거 법령조차 없는 상태여서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산4구역은 아파트 건설 물량이 4139가구로 가장 큰 데다 현재 67%가 넘는 주민 동의를 받아 본지구 지정 요건까지 충족할 만큼 속도 역시 빨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다.
17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증산4구역 내 토지소유자가 아닌 외부인 박모씨와 조모씨가 지난 2·4대책 발표 이후 주민들 대상으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위한 동의서를 받아 사업 신청서를 관할 구청에 제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박모씨와 조모씨는 약 2년 전부터 증산4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 격인 ‘3080주민대표 준비위원회’ 위원장과 관계자로 각각 활동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산4구역의 경우 그동안 재개발 사업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 2개가 활동했는데, 3080주민대표 준비위원회가 그 중 하나다.
당초 증산4구역 토지소유주들은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대체로 반대했다. 3080준비위원회가 아닌 또 다른 준비위는 “사유재산을 공공기관에 넘기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로 소유주 1735명 중 400여명의 반대 서명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한 달여 만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증산4구역 주민 동의율이 67%(1162명)까지 늘어난 것. 박씨와 조씨가 주축이 된 3080준비위원회가 “사업성이 좋다”며 적극적으로 주민 설득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동의서 징구 당시 박씨와 조씨는 증산4구역 토지소유자 신분이 아니었다. 박씨와 조씨는 주민들 사이에 자격 논란이 커지자 주민 동의율 확보가 끝난 지난 5월31일 지분쪼개기 방식으로, 증산4구역내 한 빌라의 100분의1 지분을 획득해 토지소유자 지위를 뒤늦게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와 조씨가 외부인 신분이던 지난 5월26일 증산4구역은 국토교통부의 제4차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발표에서 동의율이 본지구 지정요건인 3분의 2를 초과 확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증산4구역 3080준비위 측의 한 관계자는 “박씨와 조씨가 증산4구역에 지분을 보유한 상태로 활동한 것은 아니었지만, 배우자의 집에 거주해 살고 있었고 향후 공공주택 복합사업 관련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배우자 건물의 100분의1에 해당하는 지분을 증여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지구 사업의 경우 본지구 지정 요건으로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관련 법령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사실상 무법 상태다. 따라서 주민동의서를 받는 주체가 반드시 해당 사업지 주민이어야 한다는 규정조차 없는 상황이다. 송석준 의원은 “2·4대책 발표 이후 노후 주거지에 투기꾼과 선동꾼이 난립할 가능성이 높아 주민동의율 3분의 2를 채운 증산4구역, 수색14구역, 불광근린공원 인근, 도봉구 쌍문역 인근 등을 포함한 전체 사업지에 대한 전수조사가 끝날 때까지 공공주도 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사업을 제안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주민동의율은 10%인데, 이마저도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에서 통과된 법안 개정안에는 삭제됐다”며 “주민 동의율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면 사업 추진 도중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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