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5번 출구와 맞붙은 주상복합 아파트 ‘롯데캐슬 스카이엘(SKY-L65)’. 최고 65층 4개동에 1425가구 대단지로, 2023년 7월 입주를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최근 이 아파트 공사장 펜스에 ‘GTX 왕십리역 신설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나붙어 눈길을 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정차역 확정 이후 청량리역 일대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는데, 한 정거장 떨어진 왕십리역에도 추가역 신설 가능성이 높아지자, ‘청량리역 위상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입주민 반발이 빗발치고 있는 것.
최근 GTX-C노선 민간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컨소시엄 등 3개사가 모두 추가 정차역으로 왕십리역을 포함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GTX-C는 경기 양주 덕정역에서 서울 삼성역을 거쳐 수원역까지 남북으로 관통하는 74.8㎞ 노선이다.
입찰제안서를 받은 결과 3개 컨소시엄 모두 왕십리역과 의왕역, 인덕원역을 추가역으로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왕십리역은 현재 지하철 2·5호선과 경의중앙·수인분당선을 끼고 있어, GTX-C노선까지 들어서면 ‘펜타 역세권’이 되면서 서울 강북의 교통 요충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개통시 왕십리역에서 삼성역까지 한 정거장으로, 왕십리 일대 강남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건설사들이 왕십리역을 추가한 이유는 작년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GTX-C노선 계획 일부가 변경됐기 때문이다. 당초 C노선은 청량리역에서 성동구 성수동을 거쳐 삼성역으로 이어지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국토부가 “기존 노선대로 성수동 주거지역 지하를 통과할 경우 주민 민원 대응과 보상비 문제로 사업 지연이 우려된다”며 왕십리 우회 노선을 제시한 것. GTX-C노선이 기존 신분당선 노선을 따라 왕십리역 지하를 거쳐 한강을 건너는 식으로 변경되면서, 기존에 없던 왕십리역을 건설하는 방안이 가능해졌다.
왕십리역 신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청량리역 일대 주민들 사이에선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노선 계획상 청량리역에서 왕십리역까지 한 정거장으로 불과 2.3㎞ 거리다. 왕십리역을 추가하면 열차 표정속도(열차가 운행하는 구간 거리를 소요시간으로 나눈 수치)가 줄어 광역급행철도가 아닌 ‘완행열차’가 된다는 주장이다. 왕십리역이 생기면 청량리역 위상이 떨어진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GTX 효과’로 청량리동 일대 집값이 작년 6월 3.3㎡(1평)당 2475만원에서 올 6월 2986만원으로 20% 넘게 올랐는데, 입지가 더 좋은 왕십리역에 GTX가 개통하면 청량리 집값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것.
특히 청량리 일대 신축 아파트 입주민 중심으로 왕십리역 신설 반대가 거세다. GTX-C노선 최대 수혜 단지로 꼽히는 ‘롯데캐슬 스카이엘’ 입주민들은 아파트 외벽에 ‘GTX 왕십리역 신설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이 나붙자 “공산당도 아니고 남의 동네 교통망 신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는 처음본다. 지역이기주의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GTX-C노선 왕십리역 신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국토부가 이달 18일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구체적인 노선과 신설역 추가 여부에 관한 협상을 마쳐야 노선이 최종 결정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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