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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폭탄'에 펄펄 끓던 대구가…집값 쑥 빠질까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1.06.04 03:23
[땅집고] 대구에서는 사상 최대 물량의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면서 도로변 곳곳에 모델하우스가 서 있다./장귀용 기자


[땅집고] 지난 1일 대구시 수성구. 차를 타고 3호선 수성못역에서 1호선 동대구역까지 이어지는 동대구로와 달구벌대로를 따라 북쪽으로 5km를 이동하는 동안에만 아파트 모델하우스 5개가 보였다. 대구에서 주택 경기 호황을 타고 올해 사상 최대 규모로 아파트가 공급됨에 따라 이 거리는 올해 내내 ‘아파트 전시장’처럼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A모델하우스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9)씨는 “코로나 이후 미리 방문 약속한 사람만 모델하우스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감안해도 작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올해 방문객이 부쩍 줄었다”고 말했다.

한때 후끈 닳아 올랐던 대구에서 신규 아파트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미분양도 나온다. 지역에선 주택 공급 공급 과잉 우려도 나온다. 특히 동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청약 통장 없이 누구나 분양받을 수 있는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했다. 적정 공급량을 넘어선 아파트가 일시에 대거 공급되면서 미분양이 쌓이면 결국 기존 집값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주택 시장에선 “아무리 저금리라도 시장에서 ‘공급’ 앞에선 장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분양을 계획 중인 곳은 총 58곳이다. 일반분양 기준 2만8213가구다. 지난해 2만3762가구(49곳)보다 약 18%가 증가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대구 전체 주택 수 약 97만 가구의 약 2.9%에 달하는 물량이 쏟아지는 셈이다. 2000년대 들어 대구에 연평균 약 1만4000가구가 공급됐고, 인구가 4배 많은 서울의 연평균 공급량이 4만가구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최근 공급량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최근 대구 시장에서는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외곽지에서부터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 동구 봉무동에서 4월 공급된 ‘이시아 팰리스’는 36가구 중 34가구가 미계약 됐다. 5월 대구 북구 칠성동에 분양한 ‘대구역 SD아이프라임’은 80가구 중에 76가구가 무순위 청약까지 밀려났다.

[땅집고] 대구 동구 혁신도시 일대 전경. 대구 동구는 약 7700가구 규모 혁신도시 개발 이후에 불과 반경 3㎞ 내에 약 2000가구 규모의 안심뉴타운 사업을 진행하는 등 과도한 공급으로 미분양이 늘고 있다. /장귀용 기자


특히 대구 동구지역은 미분양 사태가 심각하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의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모두 897가구다. 이중 775가구가 동구에서 발생했다. 동구 율암동에 조성되는 안심뉴타운 내 ‘대구 안심 파라곤 프레스티지’는 3월 순위 내 모집에 실패한 후 5월 전체 물량의 91%가 무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미달됐다. 역시 안심뉴타운에 공급된 B3블록 ‘호반써밋 이스텔라'도 6개의 주택형 중 2곳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문제는 올해 지금까지 공급된 주택 물량이 계획에 비하면 빙산에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미착공 상태인 곳까지 포함해 대구 내에 주택건설사업 인허가를 받은 곳은 약 170곳에 달한다. 가구 수로는 10만9000가구가 넘는다.

[땅집고] 대구 아파트 매매지수. 지난 12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폭이 줄고 있다./한국부동산원


분양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존 주택 시장의 변화도 감지된다. 대구의 집값은 전반적으로는 아직까지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매매 거래량이 줄어든데다 수성구를 제외하면 상승폭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4월 대구지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029가구로 전월보다 2.5% 감소했다. 상승률도 수성구(1.19%)를 제외한 모든 구가 0%대로 내려왔다. 대구지역 부동산관계자들은 아직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5월 매매가격 상승률이나 거래량은 이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대구 주택시장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구 주택시장이 집값에 대한 불안심리와 저금리로 강세를 보였지만, 공급이 과도하게 늘다보니 자연스럽게 조정 장세에 들어가고 있다”며 “정부도 어설프고 요란한 정책보다는 시장의 기능을 살리는데 무게 정책을 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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