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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광명이 15억…GTX 불쏘시개에 타오르는 집값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1.06.04 04:18

[땅집고] 지난 4월30일 경기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84㎡(이하 전용면적)가 15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의왕시에서 84㎡ 주택으로는 처음 15억원을 돌파했다. 작년 1월 8억9635만원(39층)에 팔린 이후 거래가 끊겼다가 1년 새 6억원이 오른 것. 이 주택형 분양가는 5억2000만~5억6000만원으로 약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C 노선이 의왕에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매수세에 불이 붙었다”고 했다.

[땅집고] 경기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84㎡가 15억원에 팔렸다. 의왕시에선 30평대 주택이 15억원에 팔린 첫 사례다.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최근 경기 지역 신축 아파트 가격이 84㎡ 기준으로 15억원을 잇달아 돌파하고 있다. GTX를 비롯한 교통 호재를 등에 업고 수도권 집값이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드는 초고가 기준선인 15억원선까지 오른 것이다. 이렇게 되자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에서 한참 떨어진 경기도 아파트가 15억원인데, 서울 신축 아파트가 16억~17억원이면 완전히 저평가된 것 아니냐. 경기도 덕분에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르게 생겼다”는 말까지 나온다.

■ 의왕·광명·고양장항 15억 클럽…하남·용인은 ‘턱밑’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킨텍스 원시티 3블록’ 84㎡는 올해 1월 15억4000만원(33층)에 거래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84㎡ 시세가 평균 10억~13억원에 그쳤던 ‘킨텍스 원시티’ 1블록과 3블록은 올 상반기 84㎡ 실거래가가 일제히 15억원을 넘겼다. 장항동 일대는 서울 강북 도심(광화문·종로)에서 직선 거리로 20㎞ 이상 떨어진 지역으로 GTX가 개통해도 실제로는 서울 출퇴근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지역이다.

경기 광명시 철산동에 올해 3월 입주한 ‘철산센트럴푸르지오’ 84㎡ 주택형은 지난 4월 15억5500만원(25층)에 거래됐다. 4억8000만~5억원대였던 분양가보다 3배 이상 올랐다.

[땅집고]올해 84㎡ 기준 15억원 안팎에 거래된 수도권 아파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 하남시가 섞여 있는 위례신도시는 그간 송파구와 성남시 지역 아파트에서만 84㎡ 주택형이 15억원 선에 거래됐다. 하지만 올해는 하남시 지역에서도 15억원에 근접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하남시 학암동 ‘위례롯데캐슬’은 지난 2월 84㎡가 14억5000만원(10층)에 팔렸다.

지하철 신분당선이 단지 앞을 지나 강남역까지 30분 안에 도착하는 용인 수지구 성복동 신축 아파트 가격도 15억원에 근접했다. 성복동 ‘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 84㎡는 지난 2월 14억9000만원(23층)에 거래됐다.

■ “15억까지 대출 나온다”…GTX 바람 타고 급등

집값이 오른 대부분 아파트는 신축이면서 GTX등 교통망 호재가 있거나, 개발 사업이 진행 중 경우다. 또 역세권 아파트이면서 해당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서울 접근성이 괜찮다고 평가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의왕시에는 GTX-C 추가역 신설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가격이 급등했다. 고양 장항동에 15억원을 넘긴 아파트도 모두 GTX-A노선 킨텍스역 역세권 단지들이다.

[땅집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도. / 조선DB


여기에 ‘15억원’ 언저리까지 집값이 폭등한 데에는 현 정부와 여당이 집값을 잡겠다며 만들어 놓은 대출 규제 영향도 있다. 정부는 2019년 12·16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자 반대로 대출 전면 제한 기준인 15억원에 심리적인 장벽이 생기고, 아직 대출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15억원 한도까지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최근 수도권에서 신고가를 기록한 지역 중 고양시를 제외하면 의왕, 광명, 하남, 용인수지 모두 투기과열지구다. 대출 제한은 매수자의 실제 매입 가격이 아니라 KB시세나 한국부동산원 시세를 기준으로 한다. 현재 15억원이 넘는 신고가를 기록한 아파트의 84㎡ 평균 시세는 아직 14억원(KB 시세 기준)대여서 대출이 가능하다. 이 경우 9억원 이하분엔 집값의 40%, 9억원 초과분은 20%까지 대출이 나온다.

■ 교통 호재 과대 평가…'묻지마 투자'는 금물

문제는 GTX를 비롯한 교통 호재가 과대 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매가격 15억원은 84㎡ 기준으로 웬만한 서울 비 강남권 주요 신축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용산구 한강로2가 4호선 삼각지역 인근 ‘용산파크e-편한세상’(2007년 입주)은 14억90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마포구 한강변 아파트인 ‘래미안 웰스트림’(2016년 입주)도 지난 4월 15억원(2층)에 거래됐다.

[땅집고] 규제지역 주택 가격대별 담보대출 가능 비율. / 조선DB


전문가들은 일부 수도권 지역의 경우 최근 상승폭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경기도에서 광역교통망이 연결되고 일자리가 몰리는 곳이라도 집값 상승세가 꺾일 때는 서울 아파트에 비해 먼저 가격이 조정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교통망 개발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거나, 실제 개통까지 긴 시간이 걸릴 지역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표찬 하우에스테이트 대표는 “최근 정부가 계획한 제3차, 4차 국가철도망 계획안 중 실제 10년 안에 실현 가능한 것들은 약 25% 수준”이라며 “도심 접근성이나 입지 개선에 큰 도움이 안 되는 전철도 많고, 노선이 아무리 좋아도 운행횟수 등 운영 여건에 따라 예상만큼 교통 개선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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