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기지개 켜는 타워팰리스…팔리는 족족 역대 최고가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1.06.03 03:49

[땅집고] 2002년 입주한 1세대 주상복합이자 한때 ‘부자 아파트’의 대명사였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연달아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오랫동안 약세를 보였던 대형 주택형 아파트값도 2006년쯤 기록했던 과거 전고점을 뛰어 넘은 지 오래다. 타워팰리스가 오랜 암흑기를 지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10년 암흑기 거쳐…2021년 다시 신고가 경신 중

[땅집고]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단지 전경./조선DB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타워팰리스 1차’ 전용 164.97㎡(옛 67평)가 지난달 초 37억5000만원에 팔리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주택형의 연도별 최고가는 2018년 27억원, 2019년 32억원, 2020년 34억3500만원으로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84·244㎡ 등 다른 주택형도 비슷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땅집고] 타워팰리스 1단지 주택형별 연도별 실거래 최고가 추이./국토교통부, 이지은 기자


‘타워팰리스’는 2002년 입주 당시 부(富)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일반 아파트에선 찾기 힘든 헬스클럽 등 고급 커뮤니티 시설과 좋은 입지로 인기를 끌었다. 가격이 절정에 달했던 2006년에 이미 전용 164.97㎡의 실거래가가 29억3000만원에 달했다. 평당 5000만원 정도인데, 당시만 해도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높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타워팰리스는 이후 10년 넘게 가격이 하락하면서 암흑기를 겪었다. 전용 164.97㎡ 기준으로 2016년의 실거래 최고가가 22억3000만원으로, 10년동안 가격이 7억원이나 내렸다. 인기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관리비가 비싸고 면적이 너무 넓어 이른바 ‘가성비’(價性比)가 떨어진다는 것.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타워팰리스 1차164㎡는 지난 1월 공용 사용료와 개별 사용료(난방비 포함)를 포함한 총 관리비가 90만5000원이었다.

타워팰리스 같은 주상복합 아파트는 당시 기준으로 ‘호화로운 커뮤니티 시설’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10여년 전부터는 웬만한 아파트에는 수영장, 사우나, 실내 골프연습장 같은 시설을 갖춘 단지가 적지 않다. 구조상 약점도 지적됐다. 타워팰리스 같은 주상복합은 상업지역에 건설돼 일반 아파트보다 조경 시설이 부족하고, 높은 용적률에 대지면적이 적어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도 약점이었다.

■ 주상복합 한계 극복하고 ‘부자 아파트’ 명성 회복할까

그렇다면 최근 ‘타워팰리스’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우선은 이 아파트가 아직도 ‘부자 아파트’라는 이미지가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가격이 상대적 덜 올라 저렴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 새 다른 서울 주요 아파트값은 2배가 됐고, 서초구 한강변 아파트는 평당 가격이 1억원에 육박할 만큼 올랐다. ‘타워팰리스’의 지난 5년간 상승률은 30% 정도에, 현재 평당가도 5600만원 수준이다.

거기다 타워팰리스는 2002년 입주해 리모델링 연한인 15년을 채운 후부터 리모델링이 논의되고 있다. 주상복합은 재건축은 어렵지만 구조상 리모델링에는 유리하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보통 주상복합 아파트는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약점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용적률을 꽉 채워서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20년 이내에 지은 다른 일반 아파트도 마찬가지”라며 “타워팰리스가 리모델링으로 신축 아파트에 맞먹는 시설과 외관을 갖추면 다시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똘똘한 한 채’가 주목받고 있고, 지난 10여년간 서울 아파트가 중소형 위주로 공급된 만큼 중대형 고가 아파트가 다시 주목 받는다는 분석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타워팰리스는 강남 핵심지에 위치해 교육·교통·편의시설·녹지 등 주거환경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라 앞으로도 고가 아파트로 위상이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도곡동 주변에 이렇다할 개발 호재가 없다는 점에서 강남 한강변이나 삼성동 일대 등 다른 최상위 입지와 비교할 때 미래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 투자가치는 비교적 떨어진다”고 말했다./한상혁 땅집고 기자 hsang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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